이대호는 롯데의 붙박이 4번 타자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국가대표팀에서도 오랫동안 중심타자를 책임졌다. KBO 리그에서만 홈런 304개, 일본(98개·4년)과 미국(14개·1년) 무대까지 합하면 프로 무대에서 총 홈런 개수는 416개나 된다.
팀이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하자 이대호는 장타 고민에 빠졌다. 개막 이후 4월까지 30경기에서 타점은 25개로 많았지만, 홈런은 고작 2개(장타율 0.396)에 그쳤다. 이대호는 "홈런이 안 나오니 스윙이 커졌고, 타격 시 포인트가 늦게 이뤄졌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5월이 시작되고 이대호의 방망이와 장타력이 뜨겁게 타오른다. 지난 14일까지 이달 12경기에서 홈런 6개를 쏘아 올렸다. 장타율은 무려 0.882다. 이대호는 14일 사직 LG전에선 2회 솔로홈런으로 결승타를, 4회에는 연타석 솔로홈런으로 달아나는 점수를 뽑았고, 롯데는 4-0으로 이번 시즌 가장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이대호는 지난 2일 NC전부터 11경기 연속 안타 행진에, 최근 7경기에서는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때려 내고 있다. 중요한 순간에 홈런과 적시타로 팀 타선을 이끄는 중이다. 이대호는 초반 낮았던 장타력에 대해 "공이 확실히 멀리 안 나가더라"고 했다. KBO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올 시즌부터 공인구에 변화를 줬다. 타구의 비거리와 연관된 반발계수를 미국·일본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홈런이 약 30% 급감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에서 5년간 뛴 그는 경험을 토대로 설명했다. "지금까지 (KBO 리그에서) 홈런 300개 이상을 때렸는데, 올해는 맞는 순간 '홈런이다'라고 생각한 타구가 잡히거나 담장을 넘어가지 않더라. 일본에서 공이 멀리 날아가지 않는 공도 쳐 봤지만…(비거리가 더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땅볼 타구를 날려 안타를 만들어야 하나'라는 고민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이대호는 "더 욕심나더라.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잘 맞은 타구가 상대에게 잡히니까 많이 속상했다"고 얘기했다.
그가 찾은 답은 '밀어 치기'였다. 그는 "덩치에 비해 밀어 치기에 자신 있다"며 "나는 홈런 스윙을 하는 유형은 아니다. 홈런 욕심을 버렸다. 그리고 타격감이 너무 안 좋은 상황에서 밀어 치기 연습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지난 14일 LG전 2회 결승홈런이 밀어 쳐 나온 것이다. 개막 이후 4월까지 우전 안타가 2개였는데, 이달에만 6개(좌전 안타 12개·중전 안타 5개)로 크게 올랐다. 그는 "최근 몇 경기에서 잘 맞은 타구는 모두 밀어 쳐서 나왔다"고 반겼다.
이대호는 팀 내 최고참이다. 여기에 팀을 대표하는 선수인 만큼 성적에 대한 책임감과 미안함을 표현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야구밖에 없다. 타점이 필요할 때 땅볼이든 적시타든 어떻게든 점수를 뽑도록, 또 누상에 출루가 필요할 때는 어떻게든 주자를 모을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며 "팀이 (순위 싸움에서)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