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17일 잠실 두산전을 3-12로 대패했다. 선발 매치 업에선 확실한 우위가 예상됐다. 시즌 첫 네 번의 등판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에이스 역할을 해준 앙헬 산체스가 나서는 경기. 반면 두산은 부상 때문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용찬을 대신해 홍상삼이 '임시' 선발을 맡았다. 홍상삼은 최근 5년 동안 2승 밖에 올리지 못한 자원. 고질적인 컨트롤 난조라는 약점이 뚜렷하다. 더욱이 이날 경기가 시즌 첫 1군 등판이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결과는 정반대였다. 산체스는 5이닝 동안 무려 10피안타를 두들겨 맞으며 7실점(5자책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지난해 8월 7일 인천 삼성전(3이닝 10피안타 8실점) 이후 253일 만에 한 경기 두 자릿수 피안타를 허용하는 졸전이었다.
그러나 홍상삼은 버텼다. KBO 리그 역대 한 경기 폭투 신기록(5개)을 세울 정도로 컨트롤이 흔들렸지만 4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3실점했다. 7-3으로 앞선 5회 2사 1루에서 교체돼 승리투수 최소 요건인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게 유일한 흠이었다. 그러나 더그아웃에 들어가는 표정에는 아쉬움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만큼 기대 이상을 보여줬다.
SK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하는 결과다. 극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고 있는 SK 타선은 5선발급 투수를 만나도 고전하고 있다. 지난 2일 인천 롯데전에선 장시환에게 5이닝 무득점으로 꽁꽁 묶이며 1022일 만의 선발승을 헌납했다. 이튿날에는 박시영을 상대로 5⅔이닝 2안타 무득점하며 패했다. 양상문 감독이 선발 투수 두 명을 투입하는 '1+1' 전략의 첫 번째 투수로 박시영을 투입했지만 SK 타선이 공략하지 못하면서 '+1' 투수를 쓸 필요도 없었다.
지난 7일에는 1군 복귀전을 치른 윤성환(삼성)에게 퀄리티 스타트(QS 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내줬다. 구위 저하로 2군에 있던 윤성환이 1군에서 QS를 기록한 건 지난해 9월 5일 마산 NC전(6이닝 2실점) 이후 214일 만이었다. 14일 인천 KIA전에선 홍건희에게 6이닝 4안타 1득점하며 무릎을 꿇었다. 홍건희가 1군에서 승리를 기록한 건 무려 977일 만이었다. 그리고 홍상삼을 상대로도 무기력하게 물러나면서 타선 침체에 대한 우려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어떤 투수가 나오더라도 공략하기 어렵다는 무거운 분위기. 1패보다 더 뼈아픈 SK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