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HBL)를 누비는 또 한 명의 한국 핸드볼 선수가 등장할 전망이다. 두산 센터백 강전구(29)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유럽 구단의 시선이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은 한국의 한 센터백을 향한다. 국내외 핸드볼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HBL 2위인 킬, 6위 푸체 베를린, 14위 굼머스바흐 그리고 2부 리그팀이 강전구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고 한다.
강전구는 지난 1월에 열린 제26회 독일-덴마크 세계남자핸드볼선수권 단일팀 대표팀에 승선해 본무대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세계 랭킹 4위 러시아전에서는 경기 후반, 속공과 측면 돌파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주 포지션은 센터백이지만 좌측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랭킹 6위 세르비아전에서는 양 팀 합쳐 최다인 12득점을 기록했다. 전반 초반 3연속 득점하며 분투했고, 두 차례 상대 골키퍼와 수비를 무력화시키는 기습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단일팀은 29-31로 패했지만 강전구는 경기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강전구는 지난 1월에 열린 제26회 세계남자핸드볼선수권 단일팀 대표팀에 승선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르비아와 경기에서 경기 MVP를 수상한 강전구의 모습. 단일팀의 이 대회 유일한 승리인 일본전에서도 7골을 넣으며 MVP가 됐다. 총 일곱 경기에 출전해 36골을 기록했다. 결선 리그 진출에 실패하며 경기 수가 적었지만, 전체 선수 가운데 득점 24위에 올랐다. 공격성공률은 무려 62%. 현지 구단 관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계 핸드볼 유력 인사의 극찬도 이어졌다. 지난 3월, 서울 워커힐 연수원에서 열린 2019 국제핸드볼연맹(IHF) 국제 지도자 연수회에서 강전구의 경기 영상이 화두가 됐다. 디트리트 슈페데 IHF 기술위원장, 폴 란듀얼 기술위원 등 핵심 인사들이 그의 플레이를 언급했다.
특히 슈페데 위원장은 아시아 21개 팀 핸드볼 지도자를 향해 "강전구는 무조건 해외로 가야 한다.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지만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유럽에서 통한다"고 자신했다. "유럽 핸드볼 강국 선수들은 신장이 큰 대신 발이 느리다"며 "강전구처럼 페이크 스텝을 위주로 마구 휘젓는 빠른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한국 핸드볼이 갖춰야 할 경쟁력을 그의 경기력을 통해 설명했다.
슈페데 위원장은 "퀵 스타트·퀵 트랜지션 등 스피드 게임이 부상하고 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늘 같은 속도와 패턴으로 경기하는 게 아니라, 경기 중에도 리듬에 변화를 주면서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를 전했다. 또 "리듬의 변화를 기억해야 한다. 기회가 왔다 싶으면 (공을 돌리지 않고) 빠르게 승부수를 던지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확인한 강전구의 플레이가 딱 그랬던 것이다.
사진=대한핸드볼협회 제공
현지 구단 스카우트가 움직였고, 국제핸드볼연맹에서도 이름이 거론됐다. 강전구의 유럽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독일에서 핸드볼은 축구에 버금가는 인기 종목이다. 스포츠 전문 채널은 축구 다음으로 핸드볼 소식을 전할 정도다. 특히 굼머스바흐는 윤경신 두산 감독과 최현호 JTBC3 해설위원이 뛰었던 팀이다. 성사된다면 한국 남자 핸드볼의 국위 선양 계보를 이을 수 있다.
강전구는 경희대 재학 시절, 척추 부상과 인대 손상으로 출장 기회가 적었다. 4학년 때도 인상적인 활약을 못했다. 결국 두산에 수련 선수로 입단했다. 소속팀에는 같은 포지션에 리그 최고 선수 정의경이 있었다.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정의경의 부상으로 이탈한 2014시즌에 그 공백을 메우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꾸준히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세계 대회에서도 활약했다.
선수는 자신감이 붙었다. "그동안 국내 리그에서 못 던진 슈팅을 세계 대회에서 다 던져 보고 왔다. 앞으로도 멋진 슈팅을 기대해 달라"며 말이다. 이후 SK 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도 향상된 기량을 뽐냈다. 긴 기다림을 가진 강전구가 비상할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