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10개 구단 5선발 중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SK 문승원. IS포토 "1년을 좋은 기세로 잘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SK 문승원(30)은 올 시즌 10개 구단 5선발 가운데 최고 성적을 자랑한다. 개막 이후 2경기에 등판해 총 14이닝 1실점(평균자책점 0.64)으로 호투했다. LG전 8이닝 8탈삼진 1실점, 롯데전 6이닝 7탈삼진 무실점. 다른 구단 에이스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성적이다. 외국인 투수 두 명과 김광현·박종훈이 포진한 SK 선발진이 워낙 탄탄해 다섯 번째 순서가 됐지만, 이 정도면 '특급 5선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시즌 세 번째 등판이 예고됐던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이 비로 취소되면서 등판 일정을 한 번 건너뛰게 됐다. SK는 로테이션을 하루씩 뒤로 미루는 대신, 10일 경기에 원래 등판 차례인 에이스 김광현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유가 있다. 염경엽 SK 감독은 "문승원을 위한 조치"라며 "지금 페이스가 좋다고 해서 한 번 더 쓰려고 다음 날 내보내면, 당분간 문승원이 상대팀 1선발들과 연이어 상대해야 하는 변수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페이스가 좋은 투수를 한 번 더 내보내면 팀으로는 좋은 일이지만, 문승원 본인에게는 한 시즌 내내 계속 어려운 게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10개 구단 가운데 8개 구단이 외국인 투수나 에이스를 10일 선발투수로 냈다. 문승원은 향후 선발 등판에서 번번이 이들과 맞대결해야 하는 부담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손혁 SK 투수코치도 같은 입장이다. "1선발과 5선발은 투구 패턴부터 다르다. 그런데 문승원이 상대 1선발과 붙게 되면 시즌 전부터 꾸준히 해 온 준비가 자칫 어그러질 수 있다"며 "더 좋은 투수와 만나면 공을 더 정확하게 던지려고 할 테고, 그렇게 되면 지난 두 경기에서 좋았던 패턴도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승원은 지금 정상급 선발투수로 도약하는 과정에 있다. 올해는 그 열쇠도 찾았다. 커브다. 손 코치는 "지난해만 해도 문승원은 커브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하지만 문승원의 커브는 워낙 좋아서 굳이 스트라이크가 되지 않아도 상대 타자 헛스윙을 유도할 만큼 위력이 있다"며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강조했더니 예년보다 커브 사용 비율을 높였고, 그 부분이 확실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SK 코칭스태프는 문승원의 자신감과 좋은 페이스를 최대한 오래 이어 주고 싶다. 손 코치는 "지금 준비 과정과 패턴이 모두 좋은 상황이니 그 분위기를 흔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염 감독도 "문승원이 1년간 꾸준히 좋은 모숩을 보이는 게 우리팀에는 더 중요하다.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지 않고 싶다"며 "앞으로 로테이션도 다른 팀 선발진 운용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