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FC는 지난 2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5라운드 전북 현대와 경기에서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부상 악재와 정치적 논란 등 어수선한 상황에서 거둔 승점 1점이다. 특히 0-3으로 끌려간 경기를 3-3까지 만드는 뒷심을 보여줬다. K League 제공
무승부 끝에 얻은 승점 1점, 5경기 성적은 2승1무2패.
이 승점 1점의 가치는 결코 승점 3점 못지않다. 리그 최강으로 군림한 팀을 상대로, 부상 악재와 뜬금없는 정치적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거둔 승점 1점이다. 지난 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2019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5라운드 전북 현대전에서 3-3 무승부를 거둔 경남 FC 얘기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시즌 초반 완벽하게 상승세를 타지 못한 상황에서 팀 주 전력인 두 명의 외국인 선수 룩과 네게바가 부상당했다. 4라운드 대구 FC전에서 무릎을 다친 룩은 3~4주 정도 경기에 나서기가 어렵고, 지난 시즌부터 경남 공격을 이끌었던 네게바도 허벅지 쪽을 부상당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처음 출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와 K리그1 일정을 병행하는 경남 입장에선 연이은 부상자 발생에 당장 전북전을 준비하는 데도 고민을 기울여야 했다.
선수단 내부의 부상 문제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또 다른 불똥이 튀었다. 4·3 재보궐선거를 위해 선거 유세를 펼치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강기윤 지역구 후보가 4라운드 대구전 때 경기장 안에서 선거 운동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는 자유한국당의 경기장 내 선거 유세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규정에 따라 경남에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규정상 최고 수위 징계인 승점 감점은 피해 다행이지만, 경기 당일에 내려진 징계는 구단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조기호 대표이사를 비롯한 4명의 구단 관계자들이 서울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출석하느라 가뜩이나 수가 적은 사무국 인원이 홈경기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선수단도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준비했다. 김종부 경남 감독도 "축구 외적인 상황이지만 팀이 타격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부상 악재와 정치적 논란으로 인한 제재금 징계. 어두운 분위기에 둘러싸인 경남은 경기 시작 이후 후반 35분까지 전북에 0-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다. 전반 19분 '베테랑' 곽태휘의 자책골로 선제골을 헌납하면서 불안하게 출발했고, 전반 35분에는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내주며 추가골까지 허용했다. 후반전이 시작된 뒤에도 분위기 반전은 힘들어 보였다. 후반 6분 만에 손준호가 전북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그러나 경남의 뒷심은 무서웠다. 올 시즌 K리그1과 ACL에서 치른 모든 경기에서 후반전에 골을 터뜨렸던 경남 특유의 '뒷심'이 후반 35분 물꼬를 텄다. 김승준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후반 40분 조던 머치의 K리그1 데뷔골, 후반 추가 시간 배기종의 동점골이 줄줄이 터져 나오며 창원축구센터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결과는 3-3 동점으로 끝났지만 경남 팬들은 승리한 것처럼 환호했다. 졌다고 생각한 경기를 불과 10여 분 만에 무승부로 바꿔 놨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김 감독도 "비겼지만 기대 이상의 경기였다"고 자평하며 만족한 기색을 보였다. 모든 악재를 털어 내고 극적인 무승부를 거둔 경남이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