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곧 벚꽃이 피어남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벚꽃축제’라는 연례행사는 본격적인 봄이 시작됐음을 알려 준다.
주위를 둘러보면 찾기 쉬운 것이 벚꽃나무다. 동네마다 벚꽃축제를 열 정도로 벚꽃은 대표적인 봄꽃이 된 느낌이다.
벚꽃과 비슷한 모습임에도 매화는 보기가 어려운 봄꽃이다. 전라남도 광양이나 경상남도 양산 등 남쪽으로 가면 매실 재배 농장에서나 꽃을 겨우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수도권에서도 ‘매화놀이’를 할 수 있게 된다. 에버랜드가 매화꽃을 군집해 볼 수 있는 정원을 3년여에 걸쳐 만들었기 때문이다.
매실을 재배하는 것은 아니다. 꽃을 위주로 한 정원을 꾸민 것이다.
지난달 29일 에버랜드 ‘하늘매화길’이 열렸다. 언덕을 따라 오르면 온갖 매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다. 홍매·율곡매·수양매…탐매의 여정 ‘하늘매화길’
벚꽃과 매화를 단번에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수술 길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수술 길이가 꽃잎보다 길고 튀어나와 있으면 매화, 그렇지 않으면 벚꽃이다. 벚꽃은 한 꽃자루에 여러 송이가 피지만, 매화는 한 꽃자루에서 한 송이만 자란다.
우리가 매화를 반기는 이유는 봄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벚꽃보다 한참 먼저 꽃망울을 틔우는 꽃이다. 추운 겨울에도 꼿꼿이 피는 설중매도 있지만, 추위가 가심을 알리며 피어나는 여러 모습을 가진 매화는 그야말로 ‘봄의 정령’이다.
이날의 매화는 아직 봄을 제대로 알리기 전이었다. 차가운 바람에, 봉오리가 맺힌 매화는 20% 남짓뿐이었다.
에버랜드 이준규 식물콘텐트그룹장은 “전국 매화를 모아 놓다 보니, 모든 매화가 일괄적으로 피지 않는다”며 “하늘매화길 오픈과 매화가 피는 날을 맞추는 것도 우리의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하늘매화길은 '아메리칸어드벤처' 지역에 위치한 '콜럼버스대탐험' 뒤편 약 3만3000㎡(1만 평) 부지에 조성됐다. 강원도·경상도·전라도·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공수했다. 매화 종류와 심는 시기를 잘 결정해 뿌리를 내리는 데 3년이 걸렸다.
이렇게 만첩매·율곡매·용유매 등 11종700여 그루의 매화나무를 하늘매화길에 심었다.
하늘매화길은 가장 먼저 ‘마중뜰’에서 시작한다. 이곳은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지금은 최고 750년 된 분재 등 31개 분재가 전시돼 있다.
마중뜰을 한 바퀴 돌고 오르기 시작하면 '대나무숲길'이 나온다. 대나무는 매화·소나무와 함께 추위를 이길 수 있는 대표 식물이다.
이 길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길인 ‘꽃잔디언덕’이다. 분홍색을 띤 꽃잔디와 진달래가 활짝 핀 언덕을 지나, 달 형상을 본떠 만든 ‘달마당’에 오르니 귀하다는 ‘홍매’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제대로 된 이름은 ‘만첩홍매’란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1980년 삼성전자 구미공장 준공 시 식재된 매화나무”라며 “나이가 50년”이라고 설명했다.
이 홍매는 달마당에 한 그루, 꼭대기에 오르면 나오는 ‘해마루’에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그리고 달마당과 해마루를 연결하는 길을 ‘하늘길’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했다.
만첩홍매 외에도 찾아볼 만한 매화로는 ‘율곡매’가 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선생이 직접 가꿨다며 문헌에 전해진 천연기념물 484호다. 이 매화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전에 재배해 둔 묘목을 하늘매화길에 식재했다. 구불구불한 가지 모양이 구름 속을 날아다니는 용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용유매’나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땅으로 향해 있어 ‘겸손’을 의미하는 나무로 알려진 ‘수양매’도 볼 만하다. 정원에는 매화뿐 아니라 소나무·벚나무·버드나무 등 수목 1만여 그루와 무스카리·수선화·유채 등 24만 송이의 봄꽃까지 웅장하게 어우러져 다양한 봄 식물 체험이 가능하다.
하늘매화길은 오는 5월 6일까지 열려 있지만 제대로 봄꽃 내음을 즐길 수 있는 기간은 4월 중순 정도까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4월 19일까지는 매일 1회에 한해 무료로 하늘매화길 도슨트 투어도 진행된다.
에버랜드 대표 봄 알리미 ‘튤립축제’도 한창
매화를 보고 나니, 형형색색의 튤립이 눈에 들어온다. 붉고 흰, 아니면 그 중간색 즈음으로 물든 매화와 다른 분위기를 가진 꽃이다. 매화가 참하고 정적인 이미지라면, 튤립은 발랄하고 톡톡 튄다.
1만㎡ 규모의 '포시즌스가든'에는 튤립을 비롯한 봄꽃 100만 송이가 피었다. 국내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에버랜드를 즐기러 온 관광객으로 가득한 튤립 정원이다.
1992년부터 시작된 '튤립축제'는 에버랜드를 상징하는 하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특히 올해 열리는 축제는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몬드리안’을 주제로 열려 몬드리안 작품 특징처럼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의 튤립들을 볼 수 있다.
포시즌스가든 옆에 위치한 암스테르담 레스토랑에 마련된 ‘아트 스튜디오’에 가면 화가 몬드리안을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튤립사진 <사설> '튤립축제'를 수놓은 형형색색의 튤립들. 에버랜드 제공 사설>
봄꽃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니 출출해지는 시간이다.
축제 메인 무대인 포시즌스가든 옆 가든테라스 레스토랑에서는 ‘맛있는 봄’을 즐길 수 있고, 튤립과 함께 화려한 야간 '불꽃쇼'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가든테라스에서는 봄을 맞아 바삭한 패스트리 도에 꽃·나비 모양의 토핑을 얹은 ‘포시즌스가든 고르곤졸라’ 피자를 새롭게 내놨다. '피맥(피자+맥주)'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메뉴다.
튤립사진 <사설> '튤립축제'를 수놓은 형형색색의 튤립들. 에버랜드 제공 사설>
또 포시즌스가든 옆에 위치한 이탈리아 음식 전문 레스토랑 '쿠치나마리오'에서는 치즈를 얇게 갈아 꽃처럼 말아 얹은 ‘블로썸 치즈 크림 스파게티’를 출시했다. 빨간색·노란색의 초콜릿을 덧입혀 튤립 꽃송이를 형상화한 ‘튤립 무스 케이크’를 대표 스낵 메뉴로 내놓았으며, SNS상에서 많은 고객들의 인증샷 ‘인싸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외에도 올봄 에버랜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봄꽃을 그려 넣은 ‘튤립 핫도그’ ‘매화 핫도그’는 물론이고 '새싹삼'을 얹어 봄철 건강까지 챙긴 ‘새싹삼 아보카도 바나나 주스’도 온 가족이 즐기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