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좌완 투수 김영규가 데뷔전 승리를 거둔 뒤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 다섯 번째 순번에 나서는 투수는 장기 레이스에서 변수로 여겨진다.
다수의 구단이 전지훈련부터 적임자 물색에 심혈을 기울이고 경쟁을 유도한다. 2명 이상을 활용하는 구단도 있다. 새 얼굴이 많다. 한두 경기로 예단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벤치의 선택과 계획은 시즌 내내 관심을 끈다.
개막 첫 주에 나선 각 구단의 5선발은 대체로 좋은 출발을 했다.
삼성은 2년 차 좌완 최채흥(24)이 기대를 안겼다. 3월 28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5이닝 동안 4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수치는 돋보이지 않았지만 위기 관리 능력이 좋았다. 5회말,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며 흔들리던 상황에서 상대 주축 타자인 민병헌과 전준우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며 실점을 줄였다. 타자 앞에서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좋았다. 대량 실점 위기에서 새 얼굴에게 위기 극복 경험을 부여한 김한수 감독의 선택도 좋았다. 최채흥은 삼성의 시즌 첫 선발승 주인공이 됐다.
KIA는 신인 김기훈(19)이 5이닝을 소화하며 리드를 지켜 냈다. 3월 28일 한화전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른 그는 5이닝 동안 3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 구단 외부 야구인의 극찬을 받았던 투수다. 에이스 양현종의 후계자라는 평가도 들었다. 전지훈련 평가전과 시범 경기에서는 신인 티를 벗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본무대 때는 태세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 전 부상자 속출로 우려가 컸던 KIA 마운드다. 신인이 단비가 됐다. 3월 31일 kt전에서 선발로 나선 5년 차 우완 황인준(28)도 5회 1사까지 2점만 내줬다.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임기영의 공백을 메워 줄 것으로 기대받는다.
NC도 스프링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낸 2년 차 좌완 김영규(19)와 우완 사이드암 박진우(29)가 NC의 시즌 첫 시리즈 스윕을 이끌었다. 3월 27일 2차전에선 김영규가 6이닝 1실점, 3차전에선 박진우가 6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두 투수 모두 승 수를 챙겼다. 4선발 구창모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두 투수가 전력 공백을 막았다. 경쟁 시너지도 기대된다.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의 리드 지원까지 받는다. 연착륙이 기대된다.
kt와 LG도 5선발 투수가 첫 등판에서 좋은 기운을 얻었다. kt는 지난해 역대 7번째 고졸 신인 투수 선발승을 거둔 김민(20)이 김영규와 선발 맞대결을 한 3월 27일 NC전에서 7이닝을 소화했다. 자책점은 3점. 투구 수가 84개에 불과할 만큼 공격적 투구를 했다.
LG 우완 배재준(25)도 3월 27일 SK전에서 6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홈런 군단을 상대로 선전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선발 기회를 37번 얻은 김대현과 경쟁에서 앞선 투수다. 팔꿈치 수술과 군 복무로 1군 무대 기회를 늦게 얻어 절실함도 있다. 출발은 좋았다.
SK 5선발 문승원은 이미 검증된 투수다. 두산 좌완 유희관과 이영하도 마찬가지다. 세 투수 모두 선발 임무를 다했다.
웃지 못한 팀도 있다. 롯데는 '투 트랙 1+1' 선발로 다섯 번째 순번을 채웠지만 3월 28일 삼성전에 나선 1조 윤성빈과 송승준이 모두 부진했다. 키움은 선발로 전환한 2년 차 투수 안우진(20)이 5선발이다. 첫 등판이었던 3월 28일 두산전에서는 1회에만 볼넷 5개를 내주며 흔들렸다.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구위를 가진 투수지만 완급 조절 능력과 변화구 제구력 향상이 필요하다.
한화는 국내 선발진이 모두 불안하다. 시즌 전에 낙점한 김재영(26) 김성훈(23) 박주홍(20) 가운데 등판 기회를 이어 갈 투수를 장담하기가 어렵다. 김재영은 첫 등판에서 허벅지 근육 부상을 당했고, 김성훈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장민재·김민우가 대체 선수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