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가이자 원조 열정 부자로 유명한 배우 유준상이 KBS 2TV '왜그래 풍상씨'에선 시청자의 답답증을 유발하는 못난 가장으로 열연했다. 정작 자신은 답답하다고 욕먹는 줄도 모를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했고, 욕을 먹더라도 언젠간 진심이 통할 거라 믿고 달렸다고 한다. 막장이라는 욕도 많이 먹었지만 가족 해체가 가속화된 시대에 '가족은 힘이냐, 짐이냐'는 화두를 던졌다는 의미를 남기기도 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방귀남 역으로 '국민 남편'이라는 칭호를 받았다면 '왜그래 풍상씨'를 통해 '국민 맏형'이 됐다. 쾌활하고 밝은 모습이 익숙하지만 이번엔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역할이었다. 유준상은 "나에게 없었던 얼굴을 풍상이를 통해 봤다"며 또 새로운 연기 인생을 예고했다.
-벌써 올해 연기대상 후보라는 반응도 나온다.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나이는 아닌 것 같다. 받으면 좋지만 내 몫은 아닌 것 같다. 달라고 한다고 주는 것도 아니고 받고 싶다고 얘기한다고 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게 언급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나이에 상관없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데 나이가 신경 쓰이지 않는지. "그걸 생각 안 한다면 거짓말이다. 대신 인정이 빠르다. 이건 안 돼, 이건 이미 무릎 아파지고 있잖아. 이러면서. (웃음)"
-나이에 따라 제안받는 역할도 변하는데. "나이에 맞게 연기를 하는 건 당연한 거다. 근데 점점 연기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 인물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번에 뉴욕에서 어떤 유명한 60대 남자 배우가 나오는 연극을 봤다. 무대에서 걸어나오는 순간 '우와. 나도 저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느낀 게 많았다. 롤모델로 삼았다. 연기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더 깊이있게 생각하게 됐다."
-'왜그래 풍상씨'에도 그런 깨달음이 반영됐나. "그 이후 비행기 타고 오면서 '왜그래 풍상씨' 대본만 봤다. 무대에서 봤던 그 배우를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신을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못봤던, 나에게 없었던 얼굴을 풍상이를 통해 봤다. 풍상이가 아플 때는 일부러 밥을 안 먹었다. 주위에서 얼굴이 안좋다고 할 때 기분이 좋고 칭찬처럼 들렸다." -쉼 없이 일하는 원동력은. "결국은 연기를 위해서 하는 거다. 나는 뮤지컬로 시작했다. 요즘은 '뮤지컬도 하시던데요?'라는 말은 안 듣지만, 옛날엔 뮤지컬을 연기하는 장르로 인정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공연계가 활발해지며 뮤지컬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뮤지컬을 선택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뮤지컬을 하기 위해선 레슨도 받고 훈련도 받아야 한다. 드라마와 무대에서 소리를 내는 방향이 다르다. 더 좋은 소리를 내는 길을 찾기 위해 레슨을 계속 받는다. 이비인후과 선생님에게도 자주 전화한다."
-'그날들' 준비와 겹치지 않았나. "드라마를 위해서 '그날들'에 조금 늦게 들어가게 됐다. 연습은 혼자 틈틈이 했다. 풍상이만 하면 어깨가 굽어지는데 오랜만에 '그날들' 연습을 하러 가서 오랜만에 등 펴고 연기했다. 이번에 윤지성, 남우현과 함께하는데 극 중에서 친구로 나온다. 미안하다. 온주완, 오종혁 이런 친구들은 그래도 30대니까 미안하진 않은데 윤지성과 남우현은 20대 후반이니까 좀 미안하더라."
-'그날들' 말고 다른 계획은. "'그날들'을 하고 '엄유민법' 앨범을 올해 발매할 계획이다. 5월부터 녹음할 계획이다. 반백의 아이돌이라고 불러주는데 평균연령 48세가 됐다. 매번 한국과 일본에서 공연하는데 올해도 그렇게 할 거고 앨범을 만들면서 준비하고 있다. 또 개인적으로 제가 만드는 앨범도 준비하고 있고 연말에 새로운 뮤지컬을 할 계획이다. 방송이나 영화도 기다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미디를 이용해 편곡하는 걸 배우고 있다. 머리가 안 돌아가서 못 배울 것 같았는데 과감하게 배워보고 있다. 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