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킬링'. 하위 리그 팀이나 아마추어 팀이 상위 리그 혹은 프로 팀을 이기는 이변을 뜻하는 말이다. 각국 리그부터 월드컵까지 다양한 대회에서 '자이언트 킬링'이 일어나지만, 국내에선 전국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FA컵이 대표적 무대다.
3라운드가 막 끝난 2019 KEB하나은행 FA컵에서도 하위팀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지난 27일 전국 각지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 경기에서 대학 팀인 단국대학교와 K3리그(4부리그) 화성 FC·양평 FC가 3라운드부터 FA컵에 참가한 K리그2(2부리그) 프로 팀들을 꺾고 32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단국대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K리그2 대전 시티즌과 연장 접전 끝에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승리해 32강에 진출했다. 같은 날 화성 FC도 화성종합경기타운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안산 그리너스 FC와 경기에서 3-2 승리를 거두며 32강에 올랐다. 양평 FC도 아산 원정에서 아산 무궁화와 연장 0-0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로 승리를 거뒀다.
K리그2 프로 팀을 격침시킨 단국대와 화성 FC·양평 FC의 공통점은 모두 FA컵 16강까지 밟아 본 적이 있는 팀들이란 점이다. 단국대는 2016년 FA컵 32강에서 K리그1(1부리그) 상주 상무를 꺾고 16강에 올랐으나 '1강' 전북 현대를 만나는 불운 속에 잘 싸우고도 1-3으로 패해 탈락했다. 화성 FC는 2015년 32강에서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에 2-1 승리를 거둔 뒤 16강에서 만난 FC 서울에 1-2 석패를 당한 기억이 있다. 양평 FC는 2018년 32강에서 상주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16강에 올라 2007년 K3리그 출범 이후 프로 1부리그 팀을 꺾은 최초 역사를 썼다. 이어진 16강전에선 대구 FC에 0-8로 완패당하며 아쉽게 대회를 마감했으나 '자이언트 킬링'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김경범 양평 감독은 "FA컵을 앞두고 선수들 눈빛부터 달라졌다"며 2년 연속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학철 화성 감독도 "우리는 도전자지만 한 단계씩 차분히 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우리 플레이를 하겠다"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K3리그 팀의 FA컵 역대 최고 성적인 16강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K3리그에선 포천시민축구단이 두 차례(2014·2017) 16강 진출을 이뤄 냈고, 화성(2015)과 경주시민축구단(2016) 그리고 양평·춘천시민축구단(2018년)이 16강에 오른 적이 있으나 그 이상의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대학 팀의 역대 FA컵 최고 성적은 동국대(1998) 호남대(2006) 영남대(2014)가 기록한 8강이다.
'자이언트 킬링'을 완성시키려는 이들의 가장 큰 경계 대상은 K리그1 소속 12개 프로 팀들이다. K리그1 프로 팀들은 32강전부터 대회에 참가해 하위 리그 팀들의 '도전'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