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역사상 첫 ACL에 출전해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대구FC. 승리 후 기뻐하는 대구 선수단. 연합뉴스 제공
ACL '초짜'들이 '사고'를 쳤다.
아시아 축구 최강을 가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본선 첫 관문인 조별리그가 5일 각지에서 열린 1차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했다. ACL 무대에 나선 K리그 4개 팀 중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팀은 '시도민 구단 쌍두마차' 대구 FC와 경남 FC다. 두 팀은 지난 시즌 FA컵 우승과 정규 리그 2위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K리그 역사에 남을, 시도민 구단 사상 첫 ACL 출전의 쾌거를 이뤘다.
이들의 ACL 데뷔를 걱정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다. 시도민 구단이라는 점 때문에 ACL에 나서는 단골 팀들처럼 거액을 투자해 화려한 선수단을 꾸리기도 쉽지 않고, K리그 일정과 원정과 홈을 오가는 조별리그 일정을 병행해야 하는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첫 출전이다 보니 다른 팀들에 비해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약점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걱정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대구와 경남이 보여 준 K리그 시도민 구단의 저력은 아시아를 놀라게 할 만했다. 기념비적인 ACL 첫 경기를 호주 멜버른으로 날아가 원정으로 치른 대구는 호주 챔피언을 상대 안방에서 3-1로 완파했다.
경남 역시 산둥과 팽팽한 접전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KLeague 제공
곧바로 열린 E조 1차전에서는 경남이 산둥 루넝(중국)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팽팽한 접전을 펼친 끝에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산둥은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출신의 톱스타 마루앙 펠라이니 그리고 그라치아노 펠레와 지우 등 외국인 선수들과 중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수 포함된 팀이기에 이날 경남이 거둔 2-2 무승부는 ACL 도전에 청신호를 켰다고 볼 수 있다.
두 팀 모두 초반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처음 나서는 ACL 무대가 주는 위압감과 무게감이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든 탓인지 몸이 둔했고 실수도 자주 나왔다. 대구가 전반 28분 올라 토이보넨에게, 경남이 전반 20분 펠레에게 각각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간 것 역시 첫 출전의 부담감이 준 영향이 컸다.
안드레 대구 감독과 김종부 경남 감독 모두 그 점을 인정했다. 안드레 감독은 "상대는 ACL 경험이 풍부하고 우리는 첫 경기라 선수들이 주눅 들 거라 생각했다. 초반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후 흐름을 따라갈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김 감독 역시 "첫 출전이다 보니 선수들이 많이 긴장했다"며 "전반전에는 우리의 평상시 빌드업이 40%도 나오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선제골을 내준 것이 오히려 대구와 경남을 자극한 요소가 됐다. 대구는 불과 2분 만에 세징야의 동점골로 1-1을 만든 채 전반을 마무리하더니, 후반에 연이어 멜버른의 골문을 폭격하면서 황순민과 에드가의 추가골로 3-1 승리를 만들어 냈다. 호주 챔피언을 완파한 대구의 화력은 그들의 ACL 출전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봤던 이들의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 냈다.
경남도 마찬가지였다. 선제골을 내주고 주춤했던 경남은 하프타임 이후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갔다. 박기동 대신 룩을 투입한 김 감독의 계산대로 공격에 무게가 실리고 네게바·김승준·이영재를 중심으로 스피드를 끌어올려 산둥의 골문을 연달아 위협했다. EPL 출신 조던 머치 그리고 쿠니모토가 보여 준 플레이도 훌륭했다. 두드린 보람이 있어 우주성과 김승준의 연속골로 2-1로 앞서며 한때 승리도 눈앞에 뒀다. 비록 후반 28분 펠레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첫 승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지만, ACL 무대에서도 경남의 축구가 통한다는 걸 보여 준 경기였다. 김 감독은 "실점 이후 다시 반전시킨 이런 경기 내용을 통해 아시아 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다"고 만족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