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열일하는 류준열(33)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편안한 휴식을 취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 늘 촬영장에 있었고, 촬영을 하지 않더라도 바쁜 스케줄은 사실상 365일 풀가동이다.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할 시기, 넘치는 에너지를 결코 허투루 쓰지 않는다. '소준열'이라는 별명에 스스로도 고개를 끄덕인 류준열은 "인연이 맺어지고, 함께 한 시간에 고마워 하고, 그래서 의미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도는 다 채워지는 것 같다. 결과는 그 다음 문제라 생각한다"고 한층 단단해진 마음을 내비쳤다.
달려야 할 때 달린다. 쉼없이 달린 만큼 꽉 채워진 단짠 필모그래피는 류준열의 '치열한 청춘'을 대변하기 충분하다. 드라마 '응답하라1988(2015)' 이후 스크린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류준열은 '더 킹(2017)'으로 타올랐고, '택시운전사(2017)'로 시대를 노래했으며, '침묵(2017)'으로 침묵하기도 했지만 '리틀 포레스트(2018)'로 잔잔한 일상을 찾았고, '독전'을 통해 다시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숱한 과정에서 류준열은 '성장'이라는 포인트를 놓치지 않았다. 성장하는 '배우 류준열'은 늘 기특하고 아름답다.
신작 '뺑반' 역시 달리는 류준열과 함께 달린 작품이다. '범죄액션오락' 장르로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지만 류준열은 또 "잘했다"는 칭찬을 받는데 성공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내뿜는 노련함 보다는 투박하고 덜 다듬어진 날 것의 매력이 현재 류준열의, 류준열을 애정하는 최대 강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으로 늘 최선의 결과물을 내놓는 류준열이기에 흥행과 별개로 '배우 류준열'에 대한 기대치는 쉽게 떨어질리 없다. 올해 '뺑반'에 이어 '돈'과 '전투'까지 선보이게 될 류준열의 열일 행보가 변함없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어땠나. "난 재미있었다. 신선했고. 입이 떡 벌어져서 소름돋는 스케일 보다는 다른 느낌의 카타르시스를 전하는 영화라 생각한다. 그게 잘 전달이 됐는지 궁금하다."
-'뺑반'은 왜 선택했나. "내가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결국 시나리오다. 그리고 감독님의 전작을 재미있게 보았는가. 그 조건이 다 충족됐고, 결과적으로 감독님과 미팅을 했을 때 이야기도 잘 통했다. '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구나'라는 확신이 생겨 결정했다."
-확신이 없는 부분이 있었나. "민재라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제가 봤을 때 이 친구는 이런 성격인데 그게 맞을까요? 공감이 될까요?' 식의 질문들을 물어봤다. 확신이 없다기 보다 약간 헷갈리는 지점들이 있었다.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이건 이렇게 바꿀 것이고, 이건 수정만 될 것 같다'고 하셨다. 대화 과정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부드러워 훅 끌렸다." -민재는 과거가 있는 인물이고, 그래서 변화의 포인트가 있는 캐릭터다. 관객 입장에서는 자칫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신경 쓰이지 않았나. "그 지점에 대해 굉장히 많이 고민하면서 캐릭터를 준비 했다. 난 민재가 어떤 친구인지 모르는 친구이기를 바랐던 것 같다. 감정적으로 보이거나 티가 나게 되면 오히려 그게 '영화를 많이 보고 영리해진 관객들 사이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었다. 라이트하고 캐주얼하게 가는 것이 이 영화를 편하게 즐길 것 같더라. 관객 입장에서 고려했다."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했나. "어떤 친구인지 모르길 바랐기 때문에 '진지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속을 알 수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결국 인간 류준열에서 출발하게 되는건데, 나라는 사람을 돌아 봤을 때 난 익히 잘 알려졌다시피 긍정적인 사람이고, 더불어 진지할 땐 진지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더라. 그걸 민재라는 캐릭터에 필요한 만큼 녹여내면 공감해 주시지 않을까 싶었다. 가벼움에 진지함 한 스푼을 넣었다."
-어떤 면에서 가볍고, 어떤 면에서 진지한가. "'좋은게 좋은 것이다'는 마인드로 최대한 뭐든 가볍게 즐기려고 하는 편이다. 그리고 뭔가 가벼운 농담만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나름 뼈가 있고 철학적인 이야기들도 한다. 30대가 가질 수 있는 고민들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한다."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기승전결이 완벽하다. 캐릭터의 성격도 바꼈다가 다시 돌아온다. "1부, 2부라고 하는데, 1부에서는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로 밀고 나갔다. 전사가 있지만 표현을 하지 않은 채 그저 끌어 안고 사는. 밖으로 보여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2부는 조금은 더 진지한 모습으로 간 것이 맞다. 전사가 있는 친구로 특유의 우울함이 표출되는 것이다. 모든 사건이 끝난 후에는 다시 1부의 민재로 돌아오는 것이 민재답다고 생각했다. 난 '누구답다'는 표현을 좋아하는데 민재다운 느낌을 유지하려 했다. 감독님과 의견을 교환했고 '민재다운게 뭘까' 끊임없이 고민했다."
-'더 킹'에 이어 또 한 번 문신을 선보였다. "기본 4시간~5시간 정도 해야 하는 것 같다. 이번에는 두 분이서 양쪽 팔을 한 쪽씩 붙잡고 해주셨다. 타투이스트 분들 정말 리스팩한다.(웃음) 실제 문신과 똑같은 과정을 거치는데 잉크가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이젠 좀 익숙해져서 즐기면서 했다. 무엇보다 문신에 호랑이가 있어 좋았다. 내가 실제 호랑이 띠이기도 해서 그런지 그냥 호랑이라는 동물을 좋아한다. 호랑이를 보자마자 '환영한다'고 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