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영업' 매장 확대에 주력했던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심야 영업 매장 숫자를 대폭 줄이고 있다. 롯데리아는 하루 종일 운영하는 매장을 절반 가까이 줄였고, 업계 최초로 24시간 매장을 도입했던 맥도날드 역시 점차 숫자를 줄이는 추세다. 심야 시간 매장 운영은 외식 프랜차이즈의 생존 전략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치솟는 물가와 인건비, 다양한 배달 먹거리의 등장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자 다른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루오션'이었던 24시간 매장…"남는 게 없어요" 국내에 24시간 매장이 처음 들어선 것은 2005년 4월 한국맥도날드 서울 청담점부터다. 밤늦게까지 쇼핑을 즐기는 이른바 '올빼미족'과 클럽에서 시간을 보내고 늦게 귀가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자 이에 발맞춰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성공적이었다. 맥도날드는 24시간 운영 매장을 확대한 이듬해 매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2007년에 전 세계 맥도날드 119개 시장 중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 3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시아·태평양·중동·아프리카 37개 시장 중에 매장 방문객 수 및 영업이익 부문 1위였다.
경쟁사인 롯데리아도 2006년부터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24시간 매장을 시작했다. 롯데리아의 24시간 매장은 초기 35%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였다. 경쟁이 치열한 낮 시간에 비해 밤 시간은 '블루오션'으로 통했다.
14년이 흐른 2019년 업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공격적으로 늘리던 24시간 매장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리아는 24시간 운영하는 매장 수를 2016년 233곳에서 2017년 172곳, 지난해 135곳으로 줄였다. 2년 만에 절반에 가까운 98곳이 줄어든 것이다. 맥도날드 역시 지난해에만 10개 매장에서 24시간 영업을 중단했다. 현재 24시간 운영 매장은 총 420개 매장 중 300개 선이다.
업계는 24시간 매장의 극적인 감소를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서 찾는다. 밤새 불을 켜고 있어도 손님도 별로 없고 남는 게 별로 없다 보니 문을 일찍 닫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술을 마시고 2차로 햄버거로 해장하는 고객들이 더러 있었다. 요즘에는 1차만 하고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야식 먹거리의 증가도 24시간 매장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2006년 무렵에는 야식 먹거리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새벽에 먹을 수 있는 건 햄버거나 치킨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배달 앱이 늘어나면서 심야 시간에 즐길 수 있는 먹거리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매출은 크지 않은데…'맥난민'·가출 청소년 문제도 24시간 매장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인 문제도 대두되기 시작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24시간 문을 여는 장소가 생기자 아예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맥난민(McRefugee·맥도날드와 난민의 합성어)'이 등장한 것이다.
2010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일명 '맥도날드 할머니'가 대표적이다. 개인사 등으로 마땅한 거처가 없던 할머니는 종로구의 한 매장에서 수년 이상 끼니를 때우고 잠을 잤다. 이 사연이 한 지상파 방송국에 소개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맥도날드 할머니는 2013년 5월 서울역에서 쓰러진 뒤 그해 7월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임종을 지키는 가족은 없었다.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4시간 영업하는 홍콩 내 110개 맥도날드 매장에서 330여 명이 최소 3개월 동안 밤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2013년 처음 조사했을 때의 57명보다 5년 사이에 무려 6배로 늘어난 수치다. 이 매체는 맥난민이 증가하는 이유를, "치솟는 주택 가격과 높은 임대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국제판인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는 2016년 아시아권에서 번지는 맥난민 현상을 짚으면서 "중국 베이징의 한 맥도날드는 밤마다 맥난민 보호소로 바뀐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24시간 영업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매장이 가출 청소년들의 집결지로 쓰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원 최영민씨는 "야근을 마치고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시내의 한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그런데 옆 자리에 아직 10대로 보이는 청소년 3명이 엎드려 잠을 자고 있더라"고 했다. 이어 그는 "가출한 청소년들이 아닌지 걱정됐다. 한편으로는 매장에 손님이 나를 포함해 두 테이블에 그쳐서 조금 무섭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서울 노원구에서 패스트푸드점에서 근무하는 한 매니저는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 시키고 밤새 머무는 분들이 상당수 있다. 노숙자인지 가출 청소년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워서 그냥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경기가 이어지면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매장 숫자를 줄여 나가는 추세다"라며 "24시간 영업 역시 과거에는 '블루오션'이었지만 이제 다른 야식 배달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향후 심야 운영 매장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