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대행을 맡았던 박이천 현 청주시티FC 단장. 박 단장은 지난 1972년 태국 아시안컵에서 5골을 터뜨리며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아시안컵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UAE아시안컵은 새해인 다음 달 5일(현지시간) UAE와 바레인의 A조 조별리그 1차전으로 막을 올린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59년 만에 우승 트로피 탈환에 도전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골잡이들을 주목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골잡이 손흥민(26·토트넘)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아안게임 득점왕 황의조(26·감바 오사카)를 중심으로 팀을 잘 구성한다면 한국이 아시안컵 우승을 다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국은 역대 아시안컵(총 15회)에서 1960년 대회 조윤옥(4골)을 시작으로 박이천(1972년·5골) 최순호(1980년·7골) 이태호(1988년·3골) 이동국(2000년·6골) 구자철(2011년·5골) 등 6차례나 득점왕을 배출했다. 일간스포츠는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을 기원하는 아시안컵 득점왕 출신 3인(박이천·이태호·최순호)이 응원과 조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첫 번째가 168cm 단신으로 아시아를 호령한 골잡이 박이천(71). 아시안컵은 JTBC와 JTBC3에서 단독으로 생중계한다.
"내가 골을 그렇게 많이 넣은 줄 몰랐다. 기억에 남는 골 장면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시안컵은 축구 인생에서 두고두고 아쉬운 대회다." 박이천 K3리그(4리그 격) 청주시티 FC 단장에게 '아시안컵 득점왕에 올랐을 때 기분을 기억하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박 단장은 1972 방콕아시안컵에서 4경기 연속골 기록을 포함해 총 5골을 터뜨리며 대회 공동 득점왕에 올랐지만 웃을 수 없었다. 한국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대회였기 때문이다. 결승에서 이란을 만난 한국은 박이천의 골에도 이란에 1-2로 졌다.
박 단장은 "45년이 훌쩍 넘어 아시안컵과 관련한 기억이 대부분 잊혔다. 하지만 이란과 결승전만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며 "0-1로 뒤진 상황에서 내가 동점골을 넣어 분위기를 바꿨는데, 다시 골을 내주며 졌다. 축구는 11명이 뛰는 경기인 만큼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이 좋았으면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후배들이 내가 이루지 못한 아시아 정상의 꿈을 이뤄 줬으면 한다"며 웃었다.
동북고와 중앙대를 거친 박 단장은 1970년대 초반에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윙어였다. 그는 폭발적 스피드가 주 무기인 윙어로 압도적인 골결정력을 자랑했다. 페널티박스 내에서 가장 침착하게 공을 다루는 선수로 유명해 페널티킥까지 전담해 찼을 정도다. 1970 방콕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끌며 정점을 찍었다. 그는 한일전으로 열린 대회 4강전 연장 후반 9분에 이회택의 패스를 논스톱 결승골로 연결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일본은 1968 멕시코올림픽 동메달 멤버가 건재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태극마크를 달고 88경기에 출전해 36골을 터뜨린 박이천은 지금도 차범근(55골)과 황선홍(50골)에 이어 역대 A매치 최다골 3위에 올라 있다.
1972 아시안컵을 앞둔 박이천은 전성기를 달렸다. 호기롭게 아시아 정상에 도전했다 좌절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박 단장은 "그때만 해도 한국 축구가 이렇게 오랜 기간 아시안컵에서 우승하지 못할 줄 몰랐다"며 "이번 대회를 앞두고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한다는 기사를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가져와 내 (우승에 대한) 한도 풀리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덧붙였다.
박 단장은 대표팀 공격수 손흥민(왼쪽)과 황의조에 큰 기대감을 보이며 두 선수의 호흡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FA 제공 박 단장은 공격수 출신답게 동갑내기 공격수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감바 오사카)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대회 초반에는 황의조가 공격을 리드하고, 중후반에는 손흥민-황의조의 호흡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황의조는 대회 첫 경기에 나서지만, 손흥민은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차출 당시 소속팀 토트넘과 대한축구협회의 합의에 따라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뒤에야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박 단장은 "K리그 성남 FC 시절부터 지켜본 황의조는 뛰어난 슈팅 타이밍과 탁월한 위치 선정이 돋보이는 스트라이커"라며 "아시안게임에서 보여 준 골결정력을 이번 대회에서도 해 준다면 아시아에선 경쟁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회택-최순호-황선홍의 계보를 이을 만한 대형 스트라이커"라고 평가했다.
손흥민에 대해선 "황의조와 다른 유형의 공격수다. 개인 기량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도 통하는 선수"라며 "해결사 능력이 워낙 뛰어나 일본·이란 등 우승 후보들과 만나는 대회 중후반에 결정적 활약을 해 줄 것"이라고 칭찬했다. 박 단장은 자신의 현역 시절과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손흥민의 경기를 즐겨 본다. 그는 "최근 첼시를 상대로 하프라인에서 약 50m 단독 드리블을 한 뒤 골을 넣는 장면이나 24일 에버턴을 상대로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경기를 모두 지켜봤다"며 "아시안컵에서도 이 같은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손흥민과 황의조의 호흡이 맞아떨어지는 순간부터 한국의 공격력이 극대화될 것"이라며 "손흥민의 돌파와 황의조의 움직임에 이은 골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공수 조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공격진이 화려해도 큰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선 수비가 좋아야 한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증명된 현대 축구의 흐름"이라며 "손흥민-황의조를 이용해 적극적 공격을 펼치되 탄탄한 수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팀 후배들에게 응원과 당부의 한마디를 부탁하자 박 단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한국은 아시아의 강호로 불리지만, 아시안컵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아시안컵은 말 그대로 '아시아의 월드컵'이다. 아사아에선 다른 대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권위가 있다는 뜻이다. 선배들이 오래전에 이룬 우승을 후배들이 2019년 UAE에서 다시 한 번 해 주길 바란다. 대한민국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