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한국e스포츠협회장(21세기 프로게임협회)을 지낸 김영만 한빛소프트 부회장이 구원 투수로 다시 돌아왔다. 1년 7개월 간 공석이던 8대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맡았다.
전병헌 전 회장이 협회 간부 등의 자금 유용 사건으로 물러나면서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자리를 '초대 회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다시 받아들었다.
해결해야 할 수많은 숙제도 떠안게 된 김 신임 회장은 "협회를 빠르게 안정화시켜 다시 전 세계 e스포츠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김 신임 회장은 17일 임시 총회에서 선임된 이후 이날 저녁 첫 행보로 출입 기자단을 만났다.
김 신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장고 끝에 결심했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내비쳤다. 그는 "협회에서 제안이 왔을 때 '안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돌아온 탕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다. 그리고 결정하기까지 4개월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시 돌아온 데에는 초대 회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했다.
김 신임 회장은 "2000년에 21세기 프로게임협회를 만들 때 그리스 아테네가 스포츠의 메카인 것처럼 대한민국 서울이 e스포츠의 메카가 됐으면 해서였다"며 "그런데 아직도 위상이 높아지지 않고 미진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그리스 아테네가 스포츠 메카인 것 처럼 한국이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회장 부재가 1년 7개월이다. 다른 분이 있었으면 이런 고민을 안했다. 그래서 e스포츠 구원 투수 역할을 하려고 들어왔다"고 했다.
김 신임 회장은 "지금 협회가 가야할 길이 협회를 만들 때보다 쉬운 길이 아니다"며 난제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뒤로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자꾸 뒤로 빼면 안될 것 같다. 필요할 때 일을 해줘야 한다. 내가 하기 싫다고 피하면 안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 신임 회장은 우선적으로 해결할 과제로 협회의 재정자립이다. 현재 협회는 내년 인건비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 신임 회장은 "지금은 1대 회장 때처럼 비용을 다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건 기대해서도 안된다"며 "단기적으로 재정자립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은 만큼 종목사·방송사·구단·회원사 등과 같이 고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신임 회장은 또 "종목사·방송사·구단 등과의 관계 설정도 꼬여 있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다들 생각이 다른 데 이를 어떻게 하면 잘 공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김 신임 회장은 이를 위해 e스포츠의 큰 축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 라이엇게임즈와 새롭게 e스포츠로 육성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의 펍지를 만나 의견을 나눴다.
김 신임 회장은 정부·협회 회원사·게임사·미디어·관계사 등 e스포츠 업계 관계자들을 연이어 만날 예정이며 내년 1월 협회 정상안 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김 신임 회장은 정부의 e스포츠 지원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 복귀한 김용삼 제 1차관과 함께 1기 협회를 만들어서다. 그는 "초기에 민관 파트너로서 협회와 e스포츠를 함께 만들어갔다"며 "문체부나 체육회에서 많이 도와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신임 회장은 일부에서 게임사업을 위해 e스포츠협회장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동안 한빛소프트의 2대 주주로 경영에 참여해왔다"며 "올 상반기부터는 좀더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신임 회장은 또 "게임사업을 다시 본격적으로 한다면 한빛소프트에서 하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며 "e스포츠협회장도 그런 차원에서 맡게 된 것"이라고 거급 강조했다.
김 신임 회장은 "e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초대 회장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다"며 "한국이 e스포츠 메카로서 전 세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협회 재정자립을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분이 오시면 언제든지 물러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