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원소속팀과의 재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는 로하스(전 KT)와 러프(전 삼성). IS 포토 대부분의 신입 외인 몸값이 100만 달러로 산정되면서 재계약 대상의 외인 협상이 애매해졌다.
17일까지 계약이 발표된 KBO 리그 '신입' 외국인 선수는 총 17명이다. 이 중 옵션을 포함한 연봉 총액이 100만 달러(11억2000만원)인 선수는 8명. 90만 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도 3명(헤일리·맥과이어·톰슨)이나 된다.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한 NC는 신규 영입한 외인에게 모두 100만 달러 계약을 안겼다. 투수와 타자를 1명씩 새롭게 영입한 LG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 열린 KBO 제5차 이사회가 만든 진풍경 중 하나다. 당시 이사회는 '신규 영입 외인의 총액 100만 달러 제한'이라는 규정을 신설했다. KBO 리그에서 새롭게 뛰게 될 외국인 선수의 계약 금액을 연봉·계약금·이적료를 포함해 총액 100만 달러로 제한한 것이다. 터무니없는 이적료를 제시하는 미국 내 구단의 횡포를 막고 외국인 선수 영입에 들어가는 과다 지출을 막아 보겠다는 결단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A구단의 외국인 스카우트는 "60만~70만 달러면 영입할 수 있는 선수들도 100만 달러에 영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100만 달러 제한을 역이용해 '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달라'는 풀 베팅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었다. 1년 전 영입된 키버스 샘슨(전 한화) 리살베르토 보니야(전 삼성·이상 당시 70만 달러) 같은 선수들도 올해 계약할 경우 100만 달러를 받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2018년 KBO 리그의 경우 대부분의 신입 외인들 몸값은 70만~80만 달러 안팎에서 형성됐다. 심지어 대체 선수로 시즌 중 영입돼 재계약한 제이크 브리검(넥센)과 제이미 로맥(SK)의 총액이 각각 65만 달러, 85만 달러에 불과했다. 올해 쏟아지는 100만 달러 계약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문제는 계약의 역풍이다. 재계약하는 외인 입장에선 신규 외인이 받는 총액 이상을 원할 수밖에 없다. 100만 달러(연봉 80만 달러)를 받고 2018시즌을 뛴 멜 로하스 주니어가 대표적이다. 로하스는 14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05 43홈런 114타점 114득점의 성적을 남겼다. KBO 리그에서 기량이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이 하나같이 100만 달러를 받으니 '차별화'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최소 동결(150만 달러)'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협상 중인 삼성과 러프가 합의점을 아직 찾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4일 재계약을 완료한 로맥처럼 선수 쪽에서 확실히 양보하지 않으면 협상이 빨리 끝나기 힘들다.
선수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 부담을 느끼는 것은 결국 구단이다. '신규 영입 외인 총액 100만 달러 제한'이라는 규정이 만든 새로운 계약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