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신유가 가족의 법적 논란에도 개의치 않고 연말 행사를 이어 가고 있다.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아버지 신웅이 작곡한 노래로 활동을 펼치고 있어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신유는 23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2018 신유 디너쇼'를 개최한다.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미성으로 중장년층을 사로잡은 그는 자신의 히트곡 '시계바늘'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 一怒一老)' '잠자는 공주' '나쁜남자' '광안리 수첩' 등을 부를 전망이다.
문제는 신유 노래의 대부분이 성폭행 혐의로 검찰 조사 중인 아버지 신웅이 작곡하거나 제작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소일소 일노일노' '나쁜남자' '광안리 수첩' 등 주요 히트곡들은 신웅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작사가 이경미씨가 작사한 노래다. 가요계 매니저들에 따르면 신유는 아버지가 고소를 당한 뒤에도 지역방송과 지방 행사에서 해당 노래들을 불러 왔다.
앞서 신유 측이 밝힌 '도의적 책임'과 거리가 먼 행보다. 신유는 지난 3월 아버지에 대한 '미투' 폭로가 이어지자 KBS 1TV '가요무대' 출연을 취소했다. 당시 '가요무대'의 한 관계자는 "신웅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가운데, 아들인 신유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잠정적으로 출연을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신유의 노래 대부분을 신웅이 제작했기 때문에, 지속적인 출연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상파 방송만 하지 않을 뿐 신유의 활동은 알게 모르게 이어졌다. 네이버TV에 올라온 자료에 따르면 신유는 5월 KBC 뮤직의 '전국 톱10 가요쇼'를 비롯해 10월에는 대구 MBC 뮤직의 '추가열의 낭만콘서트 청춘연가'와 '부산 광안신협 열린콘서트' '천안 국제농기계박람회' 등 전국 각지를 돌며 '일소일소 일노일노' 등을 불렀다. 가요계의 한 매니저는 "아무리 자신의 히트곡이라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넘겨진 아버지가 작곡하고 피해자가 작사한 노래를 아무렇지 않게 부르는 건 의아하다. 법적 소송 상황에서 감정이 제대로 실려 노래가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작사가 이씨는 "신유가 내가 작사한 노래를 부르지 않길 원한다. 한때 신웅은 '가만히 앉아 (돈을) 받아 처먹는다. 고마운 줄 알아야지'라는 폭언까지 해 가며 내가 작사한 노래들의 가치를 폄하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1원 하나도,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워 받고 싶지 않다. (신유가)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할 법적 제재가 있다면 취하고 싶을 정도로, (내가 작사한) 노래가 불리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며 그에게 받은 상처에 힘겨워했다.
이번 디너쇼에서도 신웅이 제작한 다수의 노래들이 세트리스트를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주최 측은 "잘 모르겠다. 알아보고 연락을 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기자가 신유 측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한편 신웅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월 검찰에 송치됐다. 이씨뿐 아니라 무명 가수 B씨와 C씨 등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가 드러났고 "3회에 걸쳐 성추행했다"는 신웅이 직접 쓴 각서 등 구체적 증거도 확보됐다. 신웅은 2016년 2월에도 무명 가수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바 있어 이번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웅과 신유가 속한 SY기획 대표자 신유의 형인 신동학씨는 명예훼손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됐다. 신동학씨는 이씨가 SBS '8시 뉴스'에 출연해 "2012년과 2013년에 총 세 차례 신웅에게 성추행당했고 2014년에는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미투 폭로에 반박하며 "우리 아버지인 신웅과 연인 관계였다"고 다수 매체를 통해 불륜을 주장하는 인터뷰를 해 이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