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혜(34)는 캐릭터와 인상 때문인지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산다. 똑 부러지고 차가울 것 같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요즘말로 '냉미녀' 스타일이다. 작품에서도 전문직을 주로 연기하다보니 더더욱 그렇다. SBS 수목극 '흉부외과'에서 서지혜의 의사 연기는 완벽했다. 엄기준(최석한)의 딸 죽음과 관련된 아픈 과거를 밝히고 작은아버지이자 병원장인 정보석(윤현일)의 비리를 조사하는 등 극을 이끌었다. 의학극은 처음이었고 멜로 라인도 없었지만 오롯이 캐릭터로 승부를 봤다. '흉부외과'를 마친 서지혜는 "정말 힘들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실제 수술장면과 비슷할 정도로 촬영 시간에 할애했다. 유독 무더웠던 올 여름을 '흉부외과'로 보냈다. "잘 버틴 것에 대해 만족해요. 정말 힘들었는데 말이죠. 다음엔 밝고 엉뚱한 캐릭터로 만났으면 좋겠어요."
-왜 '흉부외과'를 선택했나. "대본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수술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고 그 점을 새롭게 받아들였다. 대본을 보면서 다음회에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그런 매력으로 이 드라마를 선택했고 도전이었다."
-도전의 결과는 만족하나. "스스로 잘 버텼다고 위로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 흉부외과의라는 직업의 생소함을 안고 현장에 도착하면 더 어려웠다. 정말 많이 어지러웠는데 3개월간 꿋꿋하게 버틴 점 만족스럽다."
-간접 체험한 흉부외과는 어땠나. "극한 직업이라 인턴도 도망간다고 하더라. 드라마 장면처럼 실제로 흉부외과를 권유하는 게 있다고 들었다. 국내에 손꼽히는 흉부외과 의사가 몇 안 된다. 드라마를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많다. 응원해주고 싶은 생각도 컸다. 중요한 과목인데 힘들어서 인기가 없다는데 반대로 희열감이 크다고."
-의사 연기가 어렵지 않았나.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굉장히 어려웠다. 수술 장면이 회당 한 번씩 꼭 나와 어려움이 많았다. 또 수술 장면은 촬영 시간이 6~7시간 걸렸다.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민폐 캐릭터라는 일부 지적도 있었다. "어느 부분 인정한다. 민폐를 끼칠 수 있어 보이기에 잘 풀어나가고 싶었다. 유능한 의사지만 진정성있는 의사로 성장해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여러가지 상황이 그려졌고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려면 어느 정도의 시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멜로가 없었다. "처음에 들어갈 때부터 없다고 들어서 서운했다. '49일'때 같이한 감독님이라 자연스레 물어봤는데 없다고 하더라. 의학극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첫 반응이 '멜로라인이 있냐'였다. 없다니깐 반응이 좋았다. 몰입에 방해된다고 의학극에 멜로가 없는걸 좋아하더라."
-극 초반 본드로 지혈하는 장면을 두고 말이 많았다. "실제 사례로 장면을 만들었지만 논란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그런 상황을 직면하진 못 하니깐 사람들에겐 생소할 수 있다. 자문 선생님한테 물어봤더니 말도 안 되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더라.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보니 별의 별 일이 다 있다고 했다. 인체는 예측이 되지 않으니 인체의 신비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고 느꼈다."
-자문 위원은 어떻게 구성되나. "각 부문별로 5~6명의 선생님이 돌아가며 드라마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줬다."
-직업 의식이 달라졌나. "아플 때라는 특수한 상황에만 찾아갔고 흉부외과 의사는 더더욱 만나기 쉽지 않지 않냐. 그냥 의사는 의사. 사람의 병을 돌봐주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깊게 생각해보고 보통 아닌 직업이구나 느꼈다.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존경심이 더 커졌고 달리 보이더라." -엄기준·고수와 호흡은 어땠나. "둘 다 배려를 많이 해줘 편안하게 촬영했다. 엄기준 오빠는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 나도 같이 덩달아 에너지가 더 생겼다. 체력도 너무 좋아 놀랐다. 고수 오빠는 되게 조용한데 엉뚱한 면이 있다. 그런 거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나운서·의사 등 전문직을 많이 연기했다. "그 덕분에 많이 배운다. 대충 듣기는 해도 정확하게는 모르는데 그런 걸 알다 보니까 기사를 본다든가 칼럼을 봤을 때 더 집중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도 지식을 얻는다. 배우는 게 많아진다."
-그러다보니 캐릭터가 한정적이다. "잘 알고 있다. 밝으면서 또 엉뚱한 캐릭터를 맡고 싶다. 이제 젊은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젊었을 때 그런 역할을 도전해보고 싶다. 원래 밝은 성격인데 점점 차분해지더라. 실제 나와 비슷한 에너지 넘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간 쉼 없이 일하고 있다. "힘들어도 '이 때 더 열심히 해야겠다'며 버틴다. 일의 행복을 느끼고 나서부터 개인적인 시간도 활기차더라. 그냥 '내가 일 할 팔자인가보다'고 생각하며 즐긴다. 올 한 해는 뜻깊게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한다." -눈이 상당히 크다. "가족들 다 눈이 크다. 어릴땐 미(美)에 관심이 없어 몰랐는데 배우가 되고 나서 눈이 크단 소리를 많이 들었고 가족 모두가 크단 걸 알았다."
-설마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도 있나. "거울을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외모는 담당하는 분들이 알아서 해주니깐 믿고 맏긴다. 가끔 거울을 보면 '퀭하다' 싶을 때나 못 생겨 보일 때가 있고 이상할 때도 많다.(웃음)"
-쉴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 "아직 며칠 안 됐지만 '스타 이즈 본' '보헤미안 랩소디' 등 밀린 영화를 봤다. 여행 계획도 세우고 좀 쉬려고 한다."
-결혼 생각을 안 하지 않을텐데. "아직까진 생각이 없다. 상대가 없다.(웃음) 결혼을 빨리 해야한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어느덧 서른다섯이다. 결혼이라는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니지 않냐. 많이 내려놓았다. 요즘 시대가 빨리 결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하면 책임질 게 많아지는데 혼자였을 때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싶다. 압박감도 없다."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어릴 때는 연기에 대해 깊게 생각 안 했다. 그냥 재미있고 즐거움만 찾았다. 물론 그 때도 열심히 하고 잘 하고 싶긴 했지만 그 때보다 지금 그런 마음이 더 크다.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톱스타가 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게 내 목표고 꿈이다. 신뢰감 있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