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펌핑 치약' 상표권을 두고 애경산업과 법적 다툼을 시작했다. 19일 LG생건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LG생건은 "'페리오 펌핑치약'을 모방한 애경산업 '2080 펌핑치약'은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제품명에 '펌핑'을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청구했다.
LG생건 측은 펌핑은 일반화된 표현이 아니고, 제품의 고유명사처럼 사용된 제품명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애경산업이 '펌프'나 '디스펜서'(dispenser)란 용어를 쓸 수 있었는데도 동일하게 펌핑 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펌핑치약은 페리오 브랜드 내 히트작 중 하나다. 2013년 첫 출시 뒤 5년 동안 1500만개 이상을 판매했다. 짜서 쓸 필요없이 간편하게 눌러쓸 수 있어서 편한데다가 컬러풀한 색상과 감각적인 패키지 형식의 구성을 갖춰 2030 젊은층 사이에 반응이 좋다. 일반치약 3개 용량인 285g을 한번에 담아 오래 쓸 수 있고 보관도 편하다.
애경산업은 지난 7월 2080 펌핑치약을 출시했다. LG생건 관계자는 "펌핑치약은 5년 전에 출시해 시장내 꾸준하게 성장한 브랜드다. 제품명 보호 차원에서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LG생건의 갑작스러운 소송이 다소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흘러나온다. 국내 전체 치약시장의 규모를 볼 때 펌핑치약이 소송전을 불사할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생활필수품인 치약은 국내에서 연간 2000억원 대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16년 9월 무렵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 사태가 터지면서 2017년 전체 매출 볼륨이 1850억원 대로 떨어졌다. 이중에서도 펌핑치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으로 극히 일부라는 것이다.
LG생건은 과거 특허권 등과 관련된 분쟁이 있을 때도 원만하게 풀어온 전력이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자외선 차단 화장품 관련 기술 문제로 맞소송전을 벌이던 2015년에는 서로 간 특허권을 사용할 권리를 허락하는 선에서 해결을 봤다. 펌핑치약을 둘러싼 이번 소송을 두고 "LG생건 답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송장을 전달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