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현민은 tvN 월화극 '계룡선녀전'에서 까칠한 생물학과 교수 정이현 역을 맡았다. 5일 첫 방송에서는 정이현의 명석한 두뇌와 나이에 비해 화려한 커리어, 이와 비교되는 성격이 그려졌다. 정이현은 잘생긴 데다 최연소 부교수이지만 불만 많고 결벽증에 불면증까지 있는 사포 같은 남자다.
윤현민은 이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과장된 몸짓과 표정을 썼다. 서지훈(김금)에게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짜증을 냈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욕하는 문채원(선옥남)을 지켜보는 걸 들켜 화들짝 놀라는 제스쳐는 마임 같았다. 마을 축제에 참여해 안길강(구선생)과 다투는 장면은 최연소 부교수라기보다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고두심이 문채원으로 변하는 걸 보는 눈빛이 무미건조해 로코의 서막을 여는 설렘이 느껴지지 않았다.
원작 만화 속 정이현은 윤현민이 표현한 것보다 더 점잖은 사람이다. 냉소적이고 까칠하긴 하지만 가벼운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되며 정이현은 무게감을 잃었다. 1회에 그려진 정이현은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한 시청자가 설렘을 느끼기에 역부족인 캐릭터였다. 이를 두고 몇몇 시청자는 드라마 제작진의 캐릭터 해석을 지적하는 한편, 윤현민의 연기력에도 실망을 드러냈다.
윤현민은 2010년 뮤지컬 '김종욱찾기'로 데뷔한 9년 차 배우다. 2012년 '그래도 당신'으로 드라마에 데뷔한 이후 '무정도시'(2013) '연애의 발견'(2014) '순정에 반하다'(2015) '내 딸, 금사월'(2016) '뷰티풀 마인드'(2016) '터널'(2017) '마녀의 법정'(2017) 등 다양한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내 딸, 금사월'에서는 연기력에 물음표가 붙기도 했으나 '터널' '마녀의 법정' 등 장르물은 성공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로맨스 연기는 아직인 걸까. 부자연스러운 행동과 캐릭터에 어울리지 않는 발성 등으로 1회부터 연기력 지적을 받았다. 단순히 캐릭터 해석을 탓하기엔 원작 웹툰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마저 윤현민의 연기력을 아쉬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계룡선녀전'은 사전제작이라 피드백도 불가능하다는 점. 앞으로 윤현민이 알쏭달쏭한 남편 찾기와 문채원·서지훈과 삼각관계,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의 변화에 혼란을 느끼는 모습, 내면의 고뇌까지 다층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