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bhc와 교촌치킨이 대대적인 변화를 선언했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최대 주주로 있으면서 가맹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와 갈등을 빚어 온 bhc 치킨은 전문 경영인이었던 박현종 회장이 직접 인수하고 재정비에 나섰다.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과 육촌 사이인 한 임원의 폭행으로 '갑질' 논란을 빚은 교촌치킨은 '조직혁신TF(태스크포스)'를 를 발족하고 1년 영업이익의 60%에 해당하는 돈을 투입해 가맹점 복지 혜택을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도 업계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박현종 회장이 인수한 bhc… 협의회는 '시큰둥'
bhc그룹은 지난 2일 최고 경영자인 박 회장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로하틴그룹으로부터 bhc를 인수했다고 2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인수 금액은 5000억원에서 6000억원 사이다. 경영자가 기업 전부를 인수하는 '경영자매수방식(MBO)'을 택했기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과 고용조정에 따른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hc 측은 "전 직원의 고용 승계와 경영자 철학이 유지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가졌던 불안감이 사라졌다"며 준법을 통한 투명 경영, 가맹점과 상생 경영, 나눔 경영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bhc 협의회는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주체가 외국계에서 박 회장으로 넘어왔을 뿐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사측의 지나친 마진율 및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마찰을 빚어 온 협의회 측은 "이번 매각은 외국계 사모펀드에서 박 회장이 꾸린 사모펀드로 주주만 바뀐 것일 뿐 본질은 그대로"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bhc 그룹 인수에 박 회장과 기존 로하틴그룹에서 분리된 사모펀드, MBK 파트너스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협의회는 "상생한다면서 최근 가맹 해지 통보가 늘어나고 있다. 상당수가 협의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가맹점들이다"고 지적했다.
bhc는 지난해 239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64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27%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매출 1위 교촌치킨보다 3배 이상 많은 이익률이다. 치킨을 팔아서 이런 이익을 내기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협의회가 "본사가 마진을 높이기 위해 점주들에게 공급하는 재료 원가를 부풀려 받고 있다"고 의심하는 이유다.
진정호 bhc 협의회 회장은 "박 회장이 전문 경영인에서 오너가 됐다. 이제 진정한 상생을 위해 가맹점주가 중심이 되는 경영을 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TF 꾸린 교촌… 점주들 "바뀔지는 지켜봐야"
최근 회장 일가 폭행으로 뭇매를 맞은 교촌치킨은 반성의 뜻에서 가맹점을 위한 보상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교촌치킨은 긴급조치로 일부 원자재 가격을 할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직혁신TF를 발족했다.
권 회장과 육촌 사이인 신사업본부장은 지난 2015년 소속 직원을 폭행해 퇴사했다. 그러나 3년 뒤 임원으로 다시 교촌치킨에 입사하면서 당시 영상이 공개되는 등 파문이 일었다.
소비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촌치킨 갑질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고 처벌하라'는 내용이 담긴 청원글이 수십여 개 이상 올렸다. 일부는 교촌치킨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현장 가맹점의 피해가 늘었다.
교촌치킨은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5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인기 품목인 허니시리즈 원자재 가격을 500원씩 깎아 준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오너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조직혁신TF를 발족했다. TF는 사내 부당 행위를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드는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교촌치킨은 20억원가량의 재원을 마련해 TF팀에 할당한다는 방침이다. 교촌치킨은 가맹점 복지 향상을 위한 기금을 마련한 뒤 관련 기금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교촌치킨 가맹점주들은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강북에서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허니콤보 원가를 500원씩 할인하는 부분에 대한 공지는 확인했다"면서도 "이로 인한 체감 효과 등은 사실 지금으로서는 모르겠다. 일단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TF팀은 사내 부당 행위를 조사하고 이번 논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재발 방지 업무를 맡는다"며 "20억원가량의 재원은 지난해 순이익 35억7000만원의 약 60%에 이르는 금액"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