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개봉한 '창궐'은 31일까지 일주일간 131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다. 극장가의 비수기임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데다 이제 겨우 개봉 2주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흥행에 적신호가 감지된다. 워낙 높은 제작비를 들이는 바람에 손익분기점이 터무니없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창궐'은 현빈과 장동건이 주연을 맡고 현빈과 '공조'를 함께했던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특히 현빈과 김성훈 두 콤비의 전작인 '공조'가 781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터라 이들의 두 번째 영화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조선시대 좀비라는 흥행이 어려울 수 없을 법한 소재로 시선을 끌었고 현빈과 장동건 외에도 조우진·정만식 등 탄탄한 조연진까지 조화롭게 구성돼 기대를 모았다. 이 기대는 초반 흥행으로 이어졌다.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공조'보다 빠른 흥행 속도를 보여 줬다. 그다운 액션 연기를 보여 준 현빈과 묵직한 악역으로 활약한 장동건의 연기가 호평받았다.
그러나 개봉 2주 차, 신작들이 대거 개봉하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이 개봉 첫날 27만 관객을 모은 것과 비교해 '창궐'은 3분의 1 정도인 9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에서 3위로 하락했고 '완벽한 타인'뿐 아니라 크게 홍보되지 않은 외화 '보헤미안 랩소디(브라이언 싱어 감독)'와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창궐'은 약 17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 영화다. 손익분기점은 약 380만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익분기점까지 약 250만 명을 남겨 둔 상황. 현재의 흥행 속도로 보아 380만 명까지 도달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초반 흥행, 개봉 2주 차임에도 때아닌 '창궐' 위기론이 제기됐다.
최근 대작으로 꼽히던 여러 편의 한국 영화가 본전도 찾지 못했다. 특히 지난 추석 극장가 대목을 겨냥해 개봉한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높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화려한 캐스팅과 볼거리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웠다. '창궐' 또한 마찬가지. 톱 배우가 출연하고 큰 스케일을 자랑하지만 허술한 이야기로 혹평받았다. 흥행 요소를 모두 갖춘 듯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본질을 빠뜨린 셈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별 고민 없이 흥행할 만한 요소들을 모아 만든 영화들에 관객들이 싫증을 느끼고 있다. 톱 배우만 믿고 허술하게 만든 영화에 대해 더욱 차가운 평가를 내린다. '완벽한 타인'의 경우처럼 스케일은 크지 않지만 내실이 탄탄하고 다양한 소재의 영화를 일반 관객들이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