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이하 부국제)가 4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된다.
부산 예술의 전당을 비롯해 롯데시네마 센텀시티·CGV센텀시티·메가박스 해운대(장산) 등 5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제23회 부국제는 79개국 323편이 초청됐으며, 그중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월드프리미어 작품은 115편(장편 85편·단편 30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25편(장편 24편, 단편 1편)이 준비돼 있다.
1996년 시작된 부국제는 20여 년간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해촉과 함께 영화인들의 보이콧까지 이어지면서 3년간 암흑기를 겪어야 했다. 올해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돌아오면서 화려했던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국제는 지역 커뮤니티와 아시아 필름 마켓을 강화한다. 특히 남포동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채로운 부대 행사를 진행할 예정. '영화의 어제, 오늘, 내일을 고민한다'는 슬로건으로 부산 클래식 섹션을 신설했고, 회고전 '이장호-80년대 리얼리즘의 선구자'와 특별 기획 '필리핀영화 100주년특별전-영화, 국가와 역사에 응답하다'를 마련됐다. 이외 부국제 대표 행사 핸드프린팅·마스터클래스·아주담담·오픈토크·야외무대인사 등을 통해 국내외 유명 영화인들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개막식은 배우 김남길·한지민의 사회로 4일 오후 7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다.
79개국 323편 상영… 개막작 韓 '뷰티풀 데이즈'
개막작은 한국 영화 '뷰티풀 데이즈(윤재호 감독)'다. '뷰티풀 데이즈'는 아픈 과거를 지닌 채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에게 14년 만에 그를 찾아 중국에서 아들이 오면서 과거가 하나씩 밝혀지는 과정을 담았다. 배우 이나영의 6년 만 컴백작이자, 2016년 단편 '히치하이커'로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윤재호 감독의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폐막작은 홍콩 영화 '엽문 외전'이 선정됐다. 홍콩 정통 무술 영화를 세계적으로 알린 배우자, 제작자, 무술 감독인 원화평의 신작 '엽문 외전'은 '엽문' 시리즈의 스핀오프 버전으로, 엽문에게 패한 뒤 영춘권을 잊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장천지가 다시 범죄 조직에 맞서는 액션 활극이다. 중국 인기 배우 장진과 양자경 등이 출연한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한·중·일 3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의 작품이 포진돼 있다. 2016년 부국제 개막작 '춘몽' 장률 감독의 신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홍콩 올 로케이션에 빛나는 관금붕 감독의 '초연', 4년 만에 부국제를 찾는 일본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킬링'을 만날 수 있다.
아시아 영화뿐 아니라 올해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꼽혔던 '라라랜드' 데이미언 셔젤 감독 신작 '퍼스트 맨', 미국 거장 오선 웰스의 미완성 유작 '바람의 저편'도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다. 일찌감치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은 누벨바그의 거장 장 뤽 고다르 '이미지 북', 이탈리아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도그맨', 이란 자파르 하나히 감독의 '3개의 얼굴들'도 초청됐다.
"부산에서 만나요" 문소리·이나영·유아인·현빈 등 총출동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도 대거 부산을 찾아 관객들을 만난다. 부국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겠다는 자세다.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고현정·유준상을 비롯해 개막식 사회자 김남길·한지민, 개막작 주인공 이나영·장동윤 그리고 구교환·김고은·김다미·김윤석·김희애·김해숙·문소리·박정민·박해일·송윤아·송재림·유아인·이민지·이희준·전종서·주지훈·장동건·장이싱(엑소 레이)·최수영(소녀시대 수영)·현빈 등 배우들이 레드카펫 및 각종 행사를 통해 인사할 예정이다.
해외 영화인들도 빼놓을 수 없다. '도그맨'으로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마르첼로 폰테, '아사코 I&II' 남녀 주연 카라타 에리카와 히가시데 마사히로, 칸국제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 주인공 야기라 유야, 대만 청춘스타 류이호와 진의함이 부산을 방문한다. 특히 류이호는 올해만 네 번째 내한이라 관심을 끈다.
'보이콧 전면 해제' 낮보다 화려한 밤 행사 부활
제작사·감독 협회 등 영화 단체들의 보이콧 철회로 올해 부국제는 어느 때보다 풍성한 분위기를 예측하게 한다. 무엇보다 '부국제의 꽃'으로 불렸던 밤 행사들이 일제히 부활, '낮 보다 화려한 밤'을 완성할 전망이다.
CJ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NEW 등 국내 대표 배급사들은 물론이고 제작사, 해외 단체들은 오랜만에 밤 행사를 추진, 국내외 영화인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관건은 태풍, 개막전 '행사장소 이동' 이슈
또 그 분이 오신다. 올해 부국제도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국제 측은 "태풍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인해 해운대 비프 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야외무대인사와 핸드 프린팅, 오픈 토크의 장소가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 및 영화의전당 내 아주담담 라운지로 변동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국제 트레이드 마크이자 메인 무대라 할 수 있는 해운대 비프빌리지, 즉 바다를 배경으로 한 모래사장 무대 위에 올라 선 스타들의 사진을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 부국제 측은 "폭우와 폭풍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안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니 양해를 부탁 드린다"고 전했다.
개막에 쏠린 관심, 후반까지 이어질까
부국제의 고질적 한계로 꼽혔던 후반부 관심도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개막식 직전까지 공개된 굵직한 행사들은 대부분 영화제 전반부 주말까지 몰린 것이 사실. 영화 상영과 관객과 대화(GV)는 폐막까지 쉼 없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초반의 화제성이 폐막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관계자는 "행사 편성은 영화제가 시작된 뒤에도 수시로 변경되고 추가될 것이다. 깜짝 게스트가 있을 수도 있다"며 "준비 기간이 짧았던 만큼 완벽한 정상화를 이룩하긴 힘들겠지만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