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정농단사태에 연루돼 1년 넘게 원장 공백이 이어진 뒤 취임한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은 신한류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스스로는 '한류 전도사' 역할 뿐이라고 했지만 그가 그리는 한류의 새 그림은 정책의 뒷받침을 바탕으로 한, 많은 지원이다. 이것이 해외에서 길게봐야 고작 5년이라고 말하는 한류를 계속해서 이끌어갈 해결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취임 후 조직개편을 먼저 시행했다. 개편 이후 제도개선 논의과정에서도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기획한 '현장' 출신인 김영준 원장은 YB·김C·강산에 등과 동고동락했다. 누구보다 흐름을 잘 읽을 수 있는 그의 말에 모두가 귀 기울이고 있다.
-취임 9개월째다. 개선할 점이 무엇인가. "외부에서 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을 바라보는 신뢰도가 대단히 낮다. 관련 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개개인이 많은데 어떻게 조직화 할 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조직 개편을 해 장르 전문 조직으로 진화시켰다. 또 이것과 연계해 인사제도 공정성과 객관성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콘진원 국고지원 사업이 많다. 심사평가제도 개선도 그 중 하나다. 이게 9개월간 주된 움직임의 내용이다."
-조직개편 반응은 어떤가. "내가 진행했다기보단 부임하자마자 노조 비대위·조직원들과 내린 결론을 그대로 수용했을 뿐이다. 두 달 정도 치열한 고민을 해 가장 효율적인 조직으로 재편되게 노력했다. 인적자원의 재배분이 필요성을 느꼈고 그런 차원에서 인력이 보강됐다."
-지역 콘텐트 발굴 사업에 대해 듣고 싶다. "콘진원 사업 중 지역 연계가 꽤 많다. 여러 장르에 걸쳐서 사업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것이 흩어져 있어 총괄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타워가 필요하다. 지역 콘텐트는 1차적으로 지역 거주민들에게 수요가 일어난다. 그러자면 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야한다. 지역에 맞는 스토리 개발이 우선이다. 지역민을 위한 스토리를 궁리 중이다. 관광·축제와 결합된 형태가 필요하다. 공공캐릭터공모전 사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있다."
-주목하는 사업 분야가 있나. "어느 한 콘텐트의 장르적 우수성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협업을 주장하는 의미도 환경 자체가 융합형 콘텐트로 가기 때문에 한 장르에 집중해서 육성하고 싶은 건 아니다."
-방송·게임·음악 등 분야별 육성 전략은. "콘진원은 93%를 국고에서 받을 정도로 세금을 쓰는 기관이다. 게임에 신경 많이 쓴다. 올해 예산이 3200억원인데 이 중 게임 분야에 513억원으로 제일 많다. 게임 예산이 가장 많은 이유는 전체 콘텐트 수출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57%이기 때문이다. 효자다. 국내 게임 시장은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3사가 70%를 차지한다. 우리는 그쪽하고는 별 사업이 없다. 지원사업은 영세한 중소기업에 맞춰진다.
-신한류 콘텐트에 주목하는 이유는. "나는 전도사 역할만 하고 있다. 신한류 콘텐트는 민간인이 주도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그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다. 지금껏 한류 정책이 없었다. 이제 산업환경이 바뀌었다. 한 부처에 업무 영역을 총괄할 수 없다. 각각의 부처에서 하는 한류 사업이 있다. 코트라·문화원·무역협회·방통위 등에서 진행한다. 한류 사업을 종합적으로 총괄, 비전을 갖고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콘진원에서 도울 수 있는 건. "신한류 로드의 장애물이 되는 건 민간 스스로 못 없애니 정부 기관이 나서 잘 닦아주려고 한다. 콘진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주도적으로 진행할 순 없다. 한류 콘텐트 한계를 극복하고 성찰한다는 차원으로 철학적 가치를 더하면 일방통행식의 한류가 아닌 그 지역의 사정에 맞는 해외 각나라의 맞춤형이 될 것이다."
-내년 한류 전망은. "방탄소년단은 한류의 티핑포인트다. 즉 기존 시장의 지각 변동으로 세계 주류 시장에 입성한 최초의 일이다. 그들만의 주류에 입성한 건 엄청난 사건이라고 본다. 이렇게 되면 다른 콘텐트에 관심을 갖고 뒤따르는 효과가 상당하다. BCWW ·뮤콘 등의 반응만 봐도 방탄소년단의 성공 후광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해외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류가 5년 내 꺼진다고 하던데 벌써 20년이고 지금 정점이다. 앞으로도 절대 비관적이지 않다."
-제2의 방탄소년단 탄생도 예상하나. "우리나라는 제작능력이나 스타발굴양성, 교육 매니지먼트 능력이 뛰어나다. 당연히 제2의 방탄소년단도 나올 수 있는데 10년이 걸린다면 단축시켜주고 두·세팀 나올 수 있는 역할이 콘진원이 할 몫이다. 실용적인 접근을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