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의 대기업 참여 여부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대했지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김이 샌 인터넷은행들은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을 겪게 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전날까지 여당내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경미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과 관련해 장시간 토론을 벌였다”며 “찬반으로 나뉘어 의원들이 이해를 넓힐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발언자 중 굳이 나눈다면 지지가 5분, 우려가 3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29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 논의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지난 20일에도 민주당은 정책 의총을 열었으나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보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는 물론 법 개정 자체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돼 결론을 잠정 보류한 바 있다. 이날 의총에서는 박영선·박용진·제윤경 의원 등이 여야 협상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 법안 내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고, 윤후덕·김병관·유동수·최운열 의원 등이 야당과의 신속한 합의와 법안 처리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 법을 두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몇 차례 논의했음에도, 지분보유 완화 대상 등을 놓고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자산 10조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 중 ICT 기반 기업만 진출을 예외적으로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을 제외하고, 규제를 풀어주되 ICT 분야 자산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에 한해서는 대기업집단이라고 해도 예외를 두자는 것이다.
야당은 인터넷은행 허가 요건 정도만 법안에 명시하고 구체적인 인허가권은 법 하위 개념인 시행령에 위임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모든 산업자본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고, 대신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제한할 기업 요건을 시행령에 넣자는 것이다. 은산분리는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뜻하는 것으로, 현재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밖에 갖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위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현행 은산분리 규제로 인터넷은행은 여러 한계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불특정다수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의 특성상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요하지만 주주마다 지분대로 증자에 참여할 수 있어 최대주주나 다름없는 IT기업들이 홀로 증자를 하는 것이 어렵다. 이같은 한계로 대통령까지 나서 ‘은산분리 완화’ 처리를 촉구했지만, 국회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며 인터넷은행들의 향후 사업계획들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는 큰 방향에는 여야가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결론이 나지 않겠느냐”며 “지금 문제는 어느 산업자본에 대해 규제를 완화할지인데, 사실상 ICT 기반 기업의 자본에 대해서는 사실상 뜻이 모아진 듯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