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사실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 시청률이 최근 4%대로 떨어졌다. 한때 '개그콘서트'는 일요일에 반드시 봐야 하는 프로그램이었고, '개그콘서트' 끝을 알리는 밴드 음악으로 월요일이 다가옴을 실감했다.
지금은 옛말일 뿐이다. 사양길을 걷는 TV 공개 코미디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는 개그맨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활동 반경을 넓혀 소극장 공연에 주력하기도 하고, 개그맨의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홍대, 새로운 코미디 메카로 부상
과거에 대학로 소극장은 개그맨 지망생들의 연습실이었다. 최근 몇 년간 유명 개그맨들이 차례로 홍대에 소극장을 열면서 이곳이 새로운 코미디 공연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윤형빈 소극장·김대범 소극장·정태호 소극장에서는 '관객과의 전쟁' '당신이 주인공' '그녀는 예뻤다' 등 상시 공연이 펼쳐진다. 김준호·박나래 등 소속사인 JDB엔터테인먼트가 지난 7월 연 JDB 스퀘어까지 가세했다. 2016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코미디 위크 인 홍대' 등 행사도 정례화된다면 시너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너도나도 유튜브… "미래를 위한 투자"
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46만 명)' 김준호의 '얼간 김준호(42만 명)' 홍윤화·김민기의 '꽁냥꽁냥(15만 명)' 등 많은 개그맨들이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74만 명이 구독하는 '엔조이커플(손민수·임라라)'처럼 TV보다 SNS에서 폭발적 인기를 끄는 개그맨도 있다. 각각 '코미디 빅리그' '웃찾사'에서 데뷔했지만 지금은 방송보다 유튜브가 주 무대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유튜브는 유명하다고 해서 무조건 봐 주지 않는다. '맨땅에 헤딩'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JDB엔터는 따로 콘텐트 팀을 둬 유튜브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JDB엔터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큰 수익이 나진 않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미디언이 아닌 희극배우로
코미디언 B씨는 "우리나라만 유독 연기자와 코미디언의 경계가 명확하다. 외국에서 코미디언은 그냥 희극배우로 통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개그맨의 활동 반경을 넓히려는 움직임은 꾸준하다. '제6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준현과 김준호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코믹과 진지함을 오가는 할리우드 배우 짐 캐리나 일본의 코미디언 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를 예로 들었다. 김준호는 예전에 시나리오를 써 둔 것이 있고 김준현은 웃음기를 싹 뺀 악역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당장 큰판을 벌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유튜브용 단편영화 등 차근차근 시작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