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 파울루 벤투(49) 감독이 27일 대표팀 소집명단을 발표한다. 공식 기자회견 없이 대한축구협회(KFA)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하게 될 이번 명단은 벤투 감독 취임 후 처음으로 소집하는 '벤투호 1기'다. 이번 명단에 소집된 선수들은 9월 3일 파주 축구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모여 벤투 감독과 첫 만남을 갖고, 7일 코스타리카전(고양) 11일 칠레전(수원)을 준비하게 된다.
이번 명단에 쏟아지는 관심은 어느 때보다 크다. 벤투 감독이 첫 소집에서 어떤 선수들을 불러들이느냐에 따라 4년 뒤 카타르 월드컵까지 바라보고 있는 '벤투호'의 밑그림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5경기와 본선 조별리그 3경기를 영상으로 확인했고 김판곤(49)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 위원장이 제공한 경기 분석 자료를 통해 여러 선수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2일과 25일 열린 K리그1(1부리그) FC 서울-포항 스틸러스, 상주 상무-전북 현대전 두 경기를 직접 관전하기도 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벤투 감독이 한국 땅을 밟은 건 지난 20일, 명단 발표까지 주어진 시간은 겨우 일주일 남짓이다. 시간이 부족한 만큼 '벤투호 1기'의 주축은 자연히 월드컵 멤버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 역시 23일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번 소집에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뛰었던 기존 선수들이 다수 포함될 예정"이라고 미리 밝혔다. 특히 월드컵 이후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던 기성용(29·뉴캐슬 유나이티드)에 대해 "이번에 소집할 예정"이라며 차출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기성용과 마찬가지로 은퇴 의사를 밝힌 구자철(29·아우크스부르크)에 대해서도 "그들은 대표팀에서 영향력이 매우 큰 선수들이다. 아직 (은퇴)결정은 나지 않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선수들과 대화하겠다"고 말해 '벤투호'의 주축으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구자철은 몸 상태 때문에 이번 대표팀에는 소집되지 않을 예정이다. 이 밖에도 현재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있는 손흥민(26·토트넘)과 조현우(27·대구 FC) 그리고 월드컵이 끝난 뒤 독일 분데스리가2(2부리그) 홀슈타인 킬로 이적한 이재성(26)과 수비의 핵심이었던 김영권(28·광저우 헝다) 등이 '1기 명단'에 소집될 가능성이 높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예측 가능한 월드컵 멤버 외에 누가 새롭게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을 것이냐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소집 명단에 대해 몇 가지 '힌트'를 남겼는데, 첫 번째 힌트는 "미래에 팀의 주축이 될 재능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발언이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두각을 보인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 그리고 백승호(21·지로나 FC)의 승선 가능성을 예측해볼 수 있다. 특히 이승우의 경우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만큼 벤투 감독의 눈길을 끌었을 가능성이 높다. 발렌시아에서 뛰고 있는 '특급 유망주' 이강인(17)의 발탁 여부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으나, 벤투 감독은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내 목표다. 이강인은 한 선수의 예일 뿐"이라고 답해 장기적으로 관찰, 기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또 다른 힌트는 "예선에서 뛰었는데 본선에서 뛰지 못한 선수"다. 벤투 감독은 "KFA와 미팅을 통해 분석한 결과 예선에서 뛰었는데 본선에서 뛰지 못한 선수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모든 선수를 관찰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대표팀 명단을 결정하겠다"고 얘기했다. 이에 따라 최종예선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러시아행 티켓을 잡지 못했던 몇몇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 기회를 놓쳤던 중앙 수비수 김민재(22·전북 현대)의 발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