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흥미롭지만 어딘가 아쉬운 점도 있다. tvN 토일극 '미스터 션샤인'이 총 24회 중 12회 방송, 중반을 넘어섰다. '미스터 션샤인'은 지난해부터 준비된 수백억 프로젝트. 이병헌·김태리 등의 배우와 김은숙 작가·이응복 PD의 세 번째 호흡, 여기에 수 백 억원 예산까지 그야말로 초대작이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포인트도 많다. 내용과 연기, 모두 합이 좋아 시청률도 두 자릿수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어록이 쏟아지고 있고 PPL로 인한 홍보 효과도 쏠쏠하다. 절반이 남은 '미스터 션샤인'의 강점과 약점 등 SWOT 분석을 해봤다.
Strength(강점)
너무 많다. 그동안 '믿고 본다'는 표현을 배신한 사례도 있으나 '미스터 션샤인'은 아니다. 배우·작가·감독·제작사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질 게 없다. 사실 이병헌과 김태리의 스무살 나이 차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방송이 된 후 '이병헌에게 설렐 줄'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이병헌(유진 초이)에게 몰입하고 있다. 첫 드라마인 김태리도 완벽하다. 특히 발음이 정확해 배우로서 가장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밖에 유연석·변요한·김민정은 '인생 캐릭터'라는 말을 들으며 선전하고 있다. 조연들도 마찬가지. 조우진·김의성·최무성·이정은·김병철·이정현 등 누구하나 버릴 캐릭터가 없다. 김은숙 작가도 또 한 번의 매직을 발휘하고 있다. 이응복 감독과 '태양의 후예' '도깨비'에 이은 세 번째 작품으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Weakness(약점)
굳이 꼽으라면 드라마 초반 역사왜곡 논란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국민 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피해국과 가해국의 입장이 묘하게 전복돼 있고 조선의 문화가 미개하다는 연출이 계속해서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유연석이 맡은 구동매라는 인물이 조선 극우단체 흑룡회의 한성 지부장으로 친일을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했다. 제작진은 이 모두를 받아들여 사과했고 구동매 캐릭터를 허구 단체 속 인물로 수정했다. 발빠른 피드백이 더 큰 논란을 막았다. 긴 호흡도 걱정된다. 보통 미니시리즈는 16회, 길어야 20회인데 '미스터 션샤인'은 24회다. 아직 6주가 남았다. 10회와 12회가 살짝 지루한 느낌도 있어 앞으로 얼마나 스펙터클하게 그려낼 지도 시청률을 끝까지 붙잡고 있을 포인트 중 하나다.
Opportunity(기회)
본격적으로 인물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김태리(고애신)를 둘러싼 세 남자 이병헌·유연석·변요한(김희성)의 얘기가 흥미롭다. 김태리가 영어를 익혀갈수록 이병헌과 거리도 점차 좁혀지고 있다. 유연석은 그저 바라보며 김태리 곁에서 맴돌지만 그 애틋한 감정이 시청자들을 설레게 한다. 변요한은 정혼자인 김태리를 사랑하고 있음을 점차 느끼고 있다. 여기에 김민정은 이병헌에게 남다른 감정을 싹 틔우지만 이 모든 관계를 알고 있다. 로맨스가 깊어질수록 시청자는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묘한 유머 코드도 기회다. 긴박해야할 세 남자가 만나 수다를 떠는 장면은 압권. 무뚝뚝한 이병헌의 입에서 나오는 개그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전환시킬만큼 재미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지상파 주요 시간대 프로그램이 결방하는 가운데 '미스터 션샤인'은 계속된다.
Threat(위협)
화제성과 시청률이 애매하다. 분명 시청률은 충분히 잘 나오고 있지만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화제성이 떨어진다. '아는 형님' '미운 우리 새끼' 등이 방송마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창을 휩쓰는 것과 달리 '미스터 션샤인'은 드라마 제목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화제성이 약하다는 건 네이버 TV 캐스트에도 드러난다. 가장 높은 조회수는 9회 예고로 70만명이 봤다. 'H는 허그, 포옹' 영상만이 64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누적치라는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도깨비'는 100만뷰가 넘는 영상이 총 14개였다. 시청률도 '도깨비'가 방송 11회만에 15%를 돌파해 최종회에 20%까지 찍었지만 '미스터 션샤인'의 상승폭은 미진하다. 3회 10%를 돌파해 12회까지 13.4%. 10회간 3% 상승이 전부다. 드라마가 시청률에 좌지우지 되는 건 아니지만 김은숙의 매직은 다소 천천히 발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