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K-pop)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가 둥지를 튼 지역의 유통·부동산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같은 유명 연예 기획사가 들어서면 인근 지대는 물론이고 상권도 함께 뜨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거대한 팬덤을 지닌 JYP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을 떠나 타 지역으로 옮겨 간 데 이어 YG 역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대규모 신사옥을 지으면서 업계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양대 엔터테인먼트사 앞 '대박' 터뜨렸던 유통가
JYP의 구사옥이 위치한 서울 청담동의 던킨도너츠 측은 지난 6월 매장 앞에 큼지막한 현수막을 내걸었다. 'JYP엔터테인먼트 여러분, 그동안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메리카노 100잔을 쏠게요.' 이 현수막은 JYP 팬들이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퍼 나르면서 인기 게시글이 됐다.
던킨도너츠 청담점은 JYP 소속 가수들을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 사랑방으로 통했다. 사옥 바로 옆에 있어서 뮤지션들이 드나드는 것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트와이스의 팬인 A씨는 "외국인 팬들이 버스를 타고 대거 몰려들 때는 던킨도너츠에서 음료 한 잔을 구매하는 데도 긴 줄을 서곤 했다. 이곳에서 '죽돌이'로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지역의 명소로 통했던 JYP는 지난달을 끝으로 서울 강동구 성내동으로 이전했다. 그동안 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던킨도너츠는 물론이고 인근 상권에는 악재다.
던킨도너츠 청담점 점주는 "팬 중 70%가 해외 팬이었다. 9년 동안 이곳에서 영업하면서 경제적인 면은 물론이고 사람 사이의 관계 면에서도 많은 것을 얻었다"며 "우리 매장은 사랑방 역할을 했다. JYP가 떠나니 서운하다. 그동안 감사한 마음으로 아메리카노 100잔 무료 행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JYP의 경쟁사인 YG에도 비슷한 곳이 있다. 서울 합정동 YG 맞은편에 있는 GS25 편의점이다. YG 소속 스타를 좋아하는 팬들의 '집결지' 중 한 곳인 이 편의점 휴계용 의자와 탁자에는 '누구 팬이다. 제발 의자 좀 다른 곳으로 옮겨 가지 마라'는 등 글귀가 적혀 있다.
특별한 입지 덕분에 대박이 난 이 편의점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많다는 후문이다.
GS25 합정점은 온라인 사이트에 올린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가 특이하다. "YG 소속 가수를 기다리는 팬분들, YG 직원분들, 매장 앞 대형 스토어 방문한 중국인이 주요 손님이다" "YG 사무실에 경호원분들과 매니저들이 있으니 치안은 걱정 말라" "성실히 일해 주시면 YG 가수의 앨범, 콘서트나 공연 때 티켓도 약속드리고 좋은 회사에 입사할 경우 추천서도 써 드린다" 등 다른 편의점에선 볼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JYP·YG 신사옥지… 성내·합정동은 '화색'
JYP가 청담동에 둥지를 튼 지 15년 만에 신사옥을 지어 옮겨 가는 성내동 지역은 화색이 돌고 있다.
뚝섬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최근 JYP와 큐브 등 유명 엔터테인먼트사들이 성내와 성수, 뚝섬 인근으로 몰려들고 있다. 젊은층이 많이 몰려들면 그만큼 상권도 살아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중개업자는 "이 지역이 한강변에서 가까워 평당 단가가 지난해부터 부쩍 오른 곳인데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인기가 더 좋다. 주로 평당 3900만~4200만원대에 거래되는 건물이 많다"고 덧붙였다.
합정동 역시 내년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YG 신사옥에 기대를 걸고 있다. YG는 오는 2019년 7월 합정동 신사옥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공사비만 약 4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현석 YG 대표는 지난달 개인 SNS에 신사옥 조감도를 올린 뒤 "#YG신사옥조감도 #내년7월완공 #내부면적6000평 #6개 건물에 흩어진 전직원들 이곳으로 #빅뱅신곡녹음은_여기서 #YG"라고 적었다.
내년에 신사옥이 완공될 경우 합정동과 망원동 등지에 흩어졌던 전 직원과 아티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회색 외관을 지닌 신사옥은 전면 절반 이상이 유리로 덮여 있고, 곡선 형태로 구성돼 세련된 외관을 자랑한다.
업계는 YG가 과거에 홍대 상권을 키워 낸 중심에 있었던 만큼 이번 합정동 신사옥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합정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합정동이나 망원동, 홍대 쪽에 개발 호재가 없다. 그런데도 메인 도로에 붙어 있는 상가는 30억~40억원, 30평대 원룸 건물은 10억~20억원으로 가격이 떨어질 줄 모른다"며 "이는 홍대 상권이 점차 주택 단지까지 확장되고, YG 신사옥을 비롯해 연예 기획사들이 찾는 이른바 스타가 모이는 동네로 뜨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