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많아짐에 따라 7~8월 두 달간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월 200kWh(킬로와트시) 이하를 사용하는 가구들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지만, 일반 4인 가구는 2만원이 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장관은 7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폭염에 따른 전기 요금 지원 대책’을 발표, 여름철 전기 요금 부담 줄이기에 나섰다. 일시적으로 가정용 전기 요금 누진 구간을 올리는 것이 골자다.
현재 가정용 전기 요금은 매월 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0~200kWh, 200~400kWh, 400kWh 이상으로 나뉘어 있고 구간마다 요금이 차등 적용된다. 200kWh 이하인 1구간에는 1kWh당 93.3원을 적용하며, 2구간(201∼400kWh)에 187.9원을, 3구간(400kWh 초과)에는 280.6원을 부과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 따라 1구간의 상한이 300kWh로 올라간다. 사용량 300kWh까지 93.3원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187.9원이 부과되는 2구간 역시 상한이 500kWh로 올랐으며, 500kWh를 초과해야 3구간 요금 280.6원을 적용하게 된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로 2구간 이상에 속한 1512만 가구의 전기 요금이 7월과 8월 두 달간 평균 1만370원(19.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시에 거주하는 4인 가구의 월평균 전력 사용량이 350kWh인 것을 고려해 예를 들면 올여름 더위로 100kWh를 더 사용했을 시 450kWh로 기존에는 8만8190원을 내야 하지만 누진제 완화가 적용되면 2만2510원이 감소된 6만5680원만 내면 된다. 이는 기존에 비해 25.5%가 낮아진 금액이다.
산업부는 사용량별로 201∼300kWh 사용 가구는 월 할인액이 5820원으로 전기 요금은 18.1%가 감소되고, 301∼400kWh는 9180원(18.8%), 401kWh 초과 시 1만940원(20.6%)의 요금을 덜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서울시 송파구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2인 가구에 2 in 1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고, 반려동물 2마리 때문에 거의 24시간 에어컨을 켜고 있다"면서 "전기 요금이 줄어든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와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3인 가구인 김모씨는 "아기 때문에 6월부터 에어컨을 계속 틀었더니 전기 요금이 9만원 정도가 나왔다"며 "7월에는 에어컨을 더 사용했는데, 평균 1만원 정도 줄어든다면 티도 안 날 것 같다"고 했다.
1인 가구의 경우 '누진제 완화' 이슈는 남의 나라 얘기 같다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 신림동 원룸에 거주하는 변모씨는 "원룸은 아무리 많이 틀어도 에어컨 때문에 전기 요금 누진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낮은 것 같다"며 "올해는 너무 더워 에어컨을 더 가동해 사용량이 늘어난 것 같긴 하지만, 지인들 사이에서도 원룸은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도 (전기세) 폭탄을 맞을 일이 없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날 '누진제 완화'가 결정되면서 한국전력 고객상담센터에 이용자가 대거 몰려 상담 전화가 불통이었다. 고객 상담 전화는 계속 "상담 인원이 많아 연결할 수 없다"는 안내 메시지만 들을 수 있었고, 문자메시지 상담 역시 '여름철 사용량 문의 증가로 답변이 지연되고 있다'며 답을 받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