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페이스북을 통해 남북 단일팀 선수들에게 보낸 축전이다. 사상 처음으로 코리아오픈에 출전한 북한 선수단 그리고 단일팀을 통해 남북 화해 기류에 앞장선 한국 선수들의 열정과 쾌거에 보내는 찬사였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말처럼, 탁구대 앞에서 작은 탁구공 하나로 '미니 통일'을 이뤄 낸 남북 단일팀의 활약을 지켜보던 남과 북의 모든 이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단일팀으로 출전한 남북 선수들은 지난 22일 끝난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플래티넘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혼합복식과 남자 복식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냈다. 특히 혼합복식에 함께 출전한 장우진(미래에셋대우)-차효심(북한)은 2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만리장성' 중국의 왕추친-순잉샤 조에 3-1(5-11·11-3·11-3·11-8) 역전승을 거두며 대회 첫 금메달의 기쁨을 안았다.
남북 선수가 단일팀을 꾸려 금메달을 따낸 것은 1991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현정화 현 렛츠런 감독과 북한의 리분희가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한 뒤 27년 만이다. 1세트를 빼앗기고도 뒷심 좋게 호흡을 맞춰 중국을 쫓아가는 '남북 오누이' 장우진-차효심의 모습에 체육관을 찾은 관중은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며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한 민족의 든든한 응원 속에 기세를 올려 역전승을 거둔 장우진은 "탁구선수로 활동하면서 소름이 돋은 게 몇 번 안 됐는데 많은 분들의 응원이 소름 그 자체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나중에도 단일팀으로 뛸 기회가 있다면 (차)효심 누나와 다시 복식으로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남자 복식의 이상수(국군체육부대)-박신혁(북한)도 동메달을 수확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고, 여자 복식의 서효원(렛츠런)-김송이(북한)는 입상하지 못했으나 여자 단식 1, 2위인 중국 복식조를 상대로 분전해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또 다른 혼합복식 조 유은총(포스코에너지)-최일(북한)도 단일팀이 치른 첫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회 개막 이틀 전에 결성이 확정돼 손발을 맞춘 기간도 턱없이 짧은 상황에서 거둔 성적임을 고려하면 뜻깊은 쾌거다.
이번 대회에서 단일팀이 보여 준 모습은 앞으로 남북 탁구 교류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단일팀 결성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토마스 바이케르트 ITTF 회장은 대회 마지막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리아오픈에서 역사적인 남북 단일팀이 이뤄졌다. 5월 스웨덴 세계선수권과 이번 코리아오픈에 이어 다가오는 2020 부산 세계선수권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장기적인 구상을 통해 단일팀 구성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북 단일팀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세계 평화와 남북통일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인정받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 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도쿄올림픽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남북 탁구 교류는 계속될 전망이다. ITTF는 오는 11월 열리는 오스트리아오픈과 스웨덴오픈에 남북 단일팀이 복식 4개 조를 꾸려 참가할 수 있도록 했고, 12월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스에도 성적에 따라 남북 단일팀이 출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랜드 파이널스 복식의 경우 4개 오픈 대회, 혼합복식은 2개 오픈 대회를 출전해야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만큼, 이번 코리아오픈에 복식 단일팀으로 나섰던 서효원-김송이 조와 이상수-박신혁 조, 혼합복식에서 우승한 장우진-차효심 조가 그랜드 파이널스 참가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남은 오픈 대회 출전을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남북 단일팀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남과 북이 서로를 믿고 합심할 때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는 문 대통령의 축전처럼, 남북 탁구 교류는 서로의 장점을 살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다행히 ITTF도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남북 단일팀의 정례화를 지원하는 분위기다. 이제 남은 것은 남과 북의 노력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대회 출전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정기 합동 훈련 등을 통해 서로 평상시에도 더 많은 교류를 이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탁구대 앞에서 먼저 '미니 통일'을 이루는 것이 남북 탁구 발전을 위한 선결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