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이사가 추진한 유상증자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이사가 추진한 유상증자를 반대하는 쪽에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지난 18일 일간스포츠 단독 보도) 법원에서 히어로즈의 유상증자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당초 신주 발행 청약일인 지난 14일 이전에 결론 날 것으로 보였지만, 워낙 양쪽의 입장 차가 극명해 좀 더 시간이 걸렸다.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히어로즈는 지난달 10일 이사회에서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발행을 결의하고 다음 날 관련 공고를 냈다. 보통주식 574만 주(가액 1주당 5000원)를 발행해 총 287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영권 방어 성격이 강했다. 증자된 주식을 인수하지 못하는 주주들의 실권주를 이 전 대표나 그의 측근들이 사들여 현재 67.56%인 지분율을 더 올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과 분쟁도 연관 있다.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홍 회장에게 총 20억원을 투자받은 이 전 대표는 총 40%의 회사 지분을 양도한다는 계약을 하고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2012년 2월 법원이 홍 회장의 손을 들어준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이후 기존 주식의 40%에 해당하는 16만4000주를 홍 회장에게 주더라도 그 지분은 2% 남짓으로 떨어진다. 가치를 '0'으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했다. 전체 주식 수를 늘려 홍 회장의 지분율을 낮추려는 '꼼수'라는 설명이다. 어쨌든 이 유상증자는 이뤄지지 못하게 됐다. 넥센으로선 홍 회장과 지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내밀었던 회심의 카드를 버리게 된 셈이다.
이뿐 아니다. 넥센은 지난달 말 그동안 트레이드 12건을 통해 이른바 '뒷돈' 131억5000만원을 챙긴 사실이 밝혀져 비난받았다. 처음엔 6억원이었다. kt·NC와 트레이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각각 5억원과 1억원을 트레이드 머니로 받은 뒤 이 사실을 KBO에 제출한 선수 양도·양수 협정서에 고의로 누락한 사실이 먼저 확인됐다. KBO는 6억원을 전액 야구발전기금으로 환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 뒤에 각 구단 단장들이 합의 끝에 단체로 '자진 신고'해 왔다. 이 과정에서 SK를 제외한 8개 구단이 히어로즈와 이면계약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진행했고, 신고되지 않았거나 축소 신고된 액수의 합계가 131억50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결국 KBO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넥센의 트레이드 과정과 자금 흐름을 면밀하게 조사했다. 법률, 금융, 수사전문가가 머리를 맞댔다. 넥센과 트레이드를 진행했던 8개 구단도 팀별로 조사받았지만, 핵심 키워드는 역시 '히어로즈'다. 이 결과가 담긴 보고서는 19일 열린 KBO 실행위원회(단장 회의)에서 공개됐다. KBO는 추후 언론에도 조사 결과를 공개, 이달 안으로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조사위원회 결과와 별개로, 모든 '뒷돈 트레이드'의 발단이자 원인 제공자인 넥센이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을 것은 확실시된다. 1차로 밝혀졌던 6억원을 전액 거둬들이기로 했던 KBO도 이번엔 합계 금액이 너무 방대해 오히려 환수를 망설이고 있을 정도다.
더 이상 거짓과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과거의 과오와 현재의 꼼수에 모두 철퇴가 내려지고 있다.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은 넥센. 다음 주면 판도라의 상자가 또 하나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