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은 오는 7월 25일 개봉하는 '인랑'을 통해 '골든슬럼버(노동석 감독)' 이후 5개월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 순제작비만 190억원, 마케팅 비용을 더하면 200억원은 훌쩍 넘은 제작비가 소요된 '인랑'에서 타이틀롤을 연기한다. 최근 연이어 흥행 실패를 맛봤던 그의 거대한 설욕전이 시작되는 셈이다.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 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경찰 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절대 권력 기관 간의 숨 막히는 대결 속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다. 강동원은 인랑, 최정예 특기 대원 임중경 역을 맡았다. 특기대 훈련소장 장진태 역의 정우성을 비롯해 한효주·김무열·한예리·허준호 등이 출연한다. 강동원은 이 화려한 캐스팅의 정점에 서 있다.
강동원은 최근 몇 작품에서 흥행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충무로 모든 시나리오는 다 강동원에게 간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최전성기를 달리는 그이지만, 2015년작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과 2017년작 '골든 슬럼버' 두 편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 말 개봉한 '1987(장준환 감독)'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특별출연에만 이름을 올렸다. 그 어느 때보다 '인랑'의 흥행이 절실한 이유다.
특히 그는 '인랑'으로 그간 지켜온 흥행 공식을 깨부순다. 2010년 '의형제(장훈 감독)'·2015년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2016년 '검사외전(이일형 감독)'·'마스터(조의석 감독)' 등 강동원의 흥행작의 공통점은 포스터에 둘 이상의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강동원은 송강호·김윤석·황정민·이병헌 등의 선배들과 좋은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내며 흥행을 이끌었다. '인랑'에서는 다소 다른 그림이다. 포스터엔 강화복이라는 특수한 수트를 입은 강동원 홀로 등장한다. 정우성이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기는 하지만 결국 타이틀롤은 강동원이다. 몇 편의 원톱 주연작에서 쓴 잔을 삼켰던 그가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설 타이밍이다. 그에게 씌어진 무거운 왕관을 어떻게 지탱해 빛낼 수 있을지가 '인랑' 흥행의 관건이다.
게다가 강동원은 언제나 추석 시즌에 강했다. '강동원의 추석은 곧 흥행'이라는 공식이 생길 정도. 여름 극장가에 작품을 내놓은 것은 '군도: 민란의 시대(윤종빈 감독)' 이후 4년 만이다. '군도: 민란의 시대'는 당시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기대작 중 하나임에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강동원에게 여름 극장가란 아직 정복하지 못한 신대륙과 같다. '인랑'은 쉽지 않겠지만 그래서 더 의미있는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랑'은 6년을 기다려 6개월 동안 찍은 작품이다. 2012년에 김지운 감독에게 출연을 제의받아 6년이나 기다려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촬영 기간이 일반적으로 3~4개월 정도인 다른 영화에 비하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들었다. 강동원은 "이 영화를 찍으며 캐릭터를 가장 열심히 준비했다. 운동도 하고 생애 처음 태닝을 해보기도 했다. 임중경이라는 인물의 내면에 대해 고민하고, 시각적으로 표현할 방법도 고민했다"고 밝혔다. 김지운 감독은 "임중경이라는 인물 그 자체가 강동원이다. 수트를 입고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더 이상 그에게 할 조언이 없었다. 강동원은 (인랑) 그 자체, 그 스스로였다"며 강동원을 향한 신뢰와 자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