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김앤장'이라 불렸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확실한 건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김'과 장현수(FC도쿄)의 '장'을 묶어 국내 유명 법률사무소와 같은 '김앤장'으로 부르기 시작한 게 결코 그들이 '영혼의 콤비'처럼 잘 해서는 아니었을 거라는 점 정도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 수비수가 두드러진다는 건 곧 그들이 경기에서 실수를 했다거나 팀의 수비에 문제가 있었을 때다. 물론 수비를 매우 잘해서 주목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극히 드문 경우다.
김영권과 장현수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김앤장'으로 축구팬들에게 조소를 당하진 않았다. 김영권은 2012 런던올림픽, 2014 브라질월드컵을 거쳐 2015 호주아시안컵까지 국제대회를 경험하며 한국 수비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고 장현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와일드카드로 뛰며 두터운 신임을 받는 한국 축구의 주축이었다. 그러나 중국 슈퍼리그 이적 이후 붙은 '중국화' 딱지와 작년 치른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경기력, 그리고 말실수까지 겹치면서 축구팬들 사이에서 급격히 신뢰를 잃었다.
물론 이들은 팬들의 차가운 시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지역에 위치한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공식 훈련 전 기자회견을 가진 김영권과 장현수는 "집중력을 가지고 스웨덴전을 실점 없이 치르겠다"는 굳은 각오와 함께 팬들에게 다시 한 번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전날 열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을 지켜 본 김영권은 "이제 월드컵이 정말 시작됐다고 느꼈다"고 말문을 연 뒤 "어제 경기를 보면서 첫 득점, 혹은 첫 실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것을 보고 배웠고 스웨덴전에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4년 전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이미 수비진 붕괴의 아픔을 겪은 바 있는 김영권은 "그 때 치른 알제리전이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4년 전 뛰었던 형들도 그렇고 그 아픔 잊지 못하고 다시는 그런 경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마음"이라며 스웨덴전에 대한 의욕을 다졌다.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첫 월드컵 무대에 나서게 되는 장현수도 "중요한 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했을 때와 못했을 때 차이가 크다"며 "걱정, 설렘 등 많은 생각이 들지만 일단 팀을 믿고 또 나 자신을 믿고 경기에 임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분명한 건 두 선수가 스웨덴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보였다는 점이다. "한국 축구에 수비 걱정이 계속 따라다니는데, 나 역시 수비수로서 그 부분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얘기한 김영권은 "초점은 스웨덴전이다. 스웨덴전 준비는 오늘 훈련까지 99% 완성 단계에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며 "이대로만 한다면 실점하지 않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현수도 "스웨덴전은 투톱의 피지컬 굉장히 좋은 걸로 알고 있다. 선수들이 헤딩을 떴을 때 다음 선수들, 세컨드볼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모두 전부 다 분석했다. 준비를 잘만 하면 크게 위협될 상황은 아닐 것 같다"고 힘을 보탰다. 비장함과 자신감을 품고 '99%' 단계에 올라있는 '김앤장'이 스웨덴전에서 팬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