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스토리(민규동 감독)' 개봉을 앞둔 김해숙은 8일 오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사실 영화를 잘 못 봤다. 보고는 싶었는데, 물론 다른 작품을 열심히 안 했다는 것은 아니고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했는데 이 작품은 이 나이에 이렇게 힘들 수 있는 감정이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끝나고 5~6개월 동안 아팠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깜짝 놀랐다"면서 "이 영화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다른 캐릭터를 빨리 연기하고 싶었다. 다른 캐릭터를 맡으면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당시에만 그렇고 끝나고 나니 다시 돌아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이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김해숙은 "병원까지 가봤다. 너무 무기력했다. 무슨 병에 걸렸나 싶을 정도였다. 약간 우울증이 생긴 것 같아서 약 복용도 권유받았을 정도다. 이렇게 오래 가본 적은 처음이다. 벗어나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김해숙은 "여행을 한 번 갔다오고 나서 벗어났다. 그래서 다시 그 감정에 빠지는 것이 두려워 영화를 보기 어려웠다. 최선을 다해 매 작품 임했지만 이 작품의 끝을 내가 모르겠더라. 어떻게 연기했는지 모르겠더라"고 설명했다.
"보는 게 두려웠다. 혹시 그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누가 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두려웠다. 발연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진심이었다"는 김해숙은 "이 작품만큼은 정말 두려워서 내 모습을 볼 때 부끄러우면 어떡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마지막 법정신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김해숙은 "다른 작품보다 힘들었다. 내가 잘못해서 상처를주고 폐를 끼치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이 너무나 많았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병들어가고 있었다. 촬영장에 나가기 싫었던 때도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저렇게 처절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는 없었다. 자기가 맡은 캐릭터를 보면서 온 몸을 다 바쳤다"고 이야기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오직 본인들만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뜨거운 이야기로, 당시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이뤄냈음에도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관부재판'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김선영, 김준한, 이유영 등이 출연하며, '내 아내의 모든 것'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민규동 감독이 연출했다. 오는 27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