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57) 감독이 움직인다. 복귀 자리는 '법정'이 될 전망이다.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지난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김기덕 감독의 미투(Me Too) 내용을 다룬 MBC 'PD수첩' 제작진과, 당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에 응한 여배우 A씨 등 2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또 지난해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자신을 고소했던 여배우 A씨에 대해서는 '무고 혐의'로 추가 맞고소했다. '혐의없음'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PD수첩'에 출연해 자신에게 성폭행범, 강간범 이미지를 씌우고 성폭력 의혹이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다.
김기덕 감독은 2013년 개봉한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주연 배우 A씨(41)를 상대로 "감정이입에 필요하다"며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김기덕 감독이 대본에 없던 베드신 촬영도 강요해 영화 출연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김기덕 감독 혐의에 대해 벌금 500만 원 약식기소 했다. 이와 함께 A씨가 고소한 강요, 강제추행치상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기소 처분을 했다. A씨는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처분에 항고했다.
김기덕 감독은 고소장에서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중에게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PD수첩' 내용처럼 성폭행범은 결코 아니다. 악의적인 허위 사실에 기반한 무고, 제보, 방송제작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기덕 감독은 'PD수첩' 보도 이후 국내외 활동을 전면 중단한 채 잠적했다. 하지만 이번 고소건으로 법적 대응을 시사한 만큼 김기덕 감독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기덕 감독은 이번 사태로 장근석·안성기·이성재·후지이 미나·류승범 등이 출연한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개봉도 잠정 보류했다.
'PD수첩' 제작진은 유감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PD수첩' 측은 "김기덕 감독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취재 결과 '피해사실을 주장하는 당사자들의 진술은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정황이 상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해 방송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취재 당시 충분한 반론기회 부여에도 별다른 의견을 전하지 않았던 김기덕 감독이 'PD수첩' 제작진을 형사 고소해 유감스럽다.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나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3월 방송이 나갔을 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김기덕 감독이 3개월이 지나서야 고소를 하고, 법적 대응을 운운하는 것은 그간 조용히 재판 준비를 했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결국 법의 심판에 모든 것이 맡겨지게 됐지만, 사안이 사안인 만큼 김기덕 감독을 변호하고 변론하는 이들도 좋은 시선을 받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이유로든 2차, 3차 피해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