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딘 지단(46)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는 27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NSC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잉글랜드)을 3-1로 꺾고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별칭)'를 들어올렸다. 대회 3연패를 달성한 레알 마드리드는 역대 최다 우승 기록도 13회로 늘렸다.
지단 감독은 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달성한 첫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에 올랐다. 2016년 1월 부임한 그는 데뷔 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놓친 적 없다. 지단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도 장식하게 됐다. 전신인 유러피언컵은 물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대회 3연패에 성공한 것은 지단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1992~199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체제가 시작된 이후 3연패를 달성한 팀도 레알 마드리드뿐이다. 유러피언컵 시절까지 포함해도 바이에른 뮌헨(독일·1973~1976시즌) 이후 무려 42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초보 감독'이었던 지단은 이날 완벽한 전술가의 면모를 보였다. 부임 5개월 만에 첫 빅 이어를 들어올린 2015~2016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선 실수가 있었다. 교체 카드 3장을 후반에 다 써버리는 바람에 연장 들어 근육 경련을 일으킨 가레스 베일을 바꿔줄 수가 없었다. 이번엔 달랐다. 지단은 3년 전 아쉬움을 남겼던 바로 그 베일을 앞세워 정상에 올랐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베일은 1-1로 맞선 후반 16분 교체 투입돼 기막힌 오버헤드킥에 이어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MVP를 차지했다. 감독의 용병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단은 선수들이 존경하는 감독이다. 현역 시절 화려한 테크닉으로 '마에스트로'로 불렸던 지단은 두 번의 월드컵과 한 번의 유럽축구선수권 세 번의 챔피언스리그 등 메이저대회 결승 무대만 7차례 밟았다.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도 챔피언스리그 우승(2001~2002시즌)을 해봤다. 슈퍼 스타가 즐비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도 지단의 명성과 카리스마 앞에선 주눅이 들 정도다. 그런 지단은 스스럼 없이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형님 리더십'을 발휘해 팀워크를 다졌다. 훈련장에서 직접 패스를 내주고 수준 높은 슈팅 시범을 보인다. 선수들과 함께 뒤엉켜 뛰는 모습은 마치 레알 마드리드의 '캡틴'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단은 이날 공을 모두 제자들에게 돌렸다. 그는 "한계를 모르는 우리 선수들 덕분이다. 감독 부임 후 선수들과 함께 한 모든 순간이 멋지다. 정말 역사적인 밤"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단의 성공 뒤엔 레알 마드리드의 슈퍼 스타 계보를 잇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가 있다. 자존심 강한 호날두는 부임 첫 해부터 지단 감독의 품에 안겼다. 그는 인터뷰 기회가 날 때마다 지단 감독을 존중하고 지도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라운드 위에서도 지단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선 득점하지 못했지만, 2012~2013시즌(12골) 2013~2014시즌(17골) 2014~2015시즌(10골) 2015~2016시즌(16골) 2016~2017시즌(12골) 2017~2018시즌(15골)까지 6시즌 연속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는 올 시즌 우승으로 역대 개인 통산 최다인 5번째 '빅 이어'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호날두는 경기가 끝난 뒤 팀과 결별을 떠올리게 하는 인터뷰를 남겨 아쉬움을 남겼다. 구단 고위 관계자들과 불화설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호날두는 "며칠 뒤에 항상 나의 편에 있었던 팬들에게 대답할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낸 시간은 아주 좋았다. 며칠 내로 내 입장을 이야기할 것이다. 지금은 팀 동료들과 즐거움을 나누겠다. 조만간 대답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