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이하 '예쁜 누나')가 손예진, 정해인의 '해피엔딩'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 드라마는 리얼 멜로로 사랑받았지만, 그 안에 담긴 30대 직장 여성의 고뇌와 갈등, 연하남 대표주자로 떠오른 정해인룩, 귀를 감미롭게 만드는 OST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것들이 하나로 합쳐져 시너지를 일으키며 흥행가도를 달렸다.
▶초반엔 '누나'에 집중했지만, 후반엔 '예쁜'에 초점
극 중 손예진(윤진아)은 커피 전문 브랜드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슈퍼바이저였다. 서른다섯 살 평범한 직장 여성을 대변했다. 친구와 대화를 나누며 상사 욕을 하거나 회사의 고충을 토로했다. 때론 연애 상담을 했다. 그 모습이 꽤나 일상적이었다. 정해인(서준희)은 친누나의 절친한 친구 손예진과 잘 알고 지내던 사이. 3년 만에 재회해 이전과 다른 감정을 느끼곤 '썸'을 탔다. 이후 연인으로 발전했다. 진정한 사랑이 두 사람의 과거, 현재 삶을 각성하게 만들었다. 함께 성장한 연인은 삶의 변화를 이끌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은 '예쁜 누나'에 대해 "겉으로 보기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지만, 윤진아란 문제적 인물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초점을 맞췄다. 남녀의 멜로 코드와 사회적 문제들이 하나로 연결된 것이라는 걸 잘 보여준 것 같다. 회사생활 내 이야기와 연애 이야기가 이분화되어 나오지만, 윤진아라는 캐릭터를 통해 묶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한 인물이 사회적으로 갈등을 겪는데 그러한 갈등이 작은 한 사람의 행동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멜로를 깊이 있게 다뤘다"고 평했다.
이어 "초반엔 '누나'란 점에 집중해 연상연하 커플을 보여줬다면, 후반부엔 '예쁘다'에 초점을 맞춰 누군가를 귀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그 사람만이 아니라 세상도 바꿀 수 있다는 걸 담아냈다"면서 아쉬운 점으로는 "후반부 윤진아의 엄마 길해연(김미연) 캐릭터가 상투적이었다. 같은 갈등이 몇 회 동안 반복됐다. 그 점은 좀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 정해인 이끈 대세 연하남룩
정해인은 '예쁜 누나'를 통해 단숨에 '대세 연하남'에 등극했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정해인룩'. 오피스룩부터 홈웨어룩까지 심플하면서도 깔끔해 큰 인기를 끌었다. 극 중 아트디렉터로 등장한 정해인은 편안한 직장 분위기에 맞춰 캐주얼룩을 즐겨 입었다. 니트에 롤업진, 스니커즈를 주로 매치했다. 화사한 캐주얼룩과는 반대로 깔끔한 정장 패션으로 시크한 매력을 발산하는 오피스룩, 홈웨어룩은 라운드넥 티셔츠와 맨투맨으로 편안함을 강조했다.
정해인의 스타일리스트 윤슬기 실장은 "안판석 감독님이 리얼을 강조했다. 그래서 (해인 씨와) 처음부터 '예쁜 누나' 스타일링을 준비하면서 생활감에 초점을 맞췄다. 감정선이나 무드를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게 준비하자고 했다. 여느 30대 초반, 20대 후반 남자들이 흔하게 입을 수 있는 룩으로 준비했다. 스타일리시하게 보이려고 했던 건 없다. 연기를 뒷받침해주는 걸로만 의상을 활용해 준희를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의상뿐 아니라 액세서리도 생활감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보는 것뿐 아니라 듣는 것까지 충족시킨 작품이었다. '예쁜 누나'는 깊은 감성을 자극하는 올드팝과 멜로 감성이 짙은 레이첼 야마가타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어우러진 OST로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다.
3년 만에 재회해 장난치는 손예진, 정해인의 모습과 함께 흘러나온 브루스 윌리스의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포 미(Save The Last Dance For Me)', 촉촉한 봄비 아래 빨간 우산 하나를 쓰고 걸어가는 썸남썸녀의 모습과 함께 나온 카를라 브루니의 '스탠드 바이 유어 맨(Stand By Your Man)'이라는 올드팝, 그리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진짜 설렘을 담은 레이첼 야마가타의 '썸띵 인 더 레인(Something In The Rain)'이 중심을 이루며 귀를 호강시켰다. 이는 이남연 음악감독이 작곡하고 레이첼 야마가타가 작사했다.
이남연 음악감독은 "'예쁜 누나'의 스토리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을 위해 집중했다. 손예진, 정해인이란 배우 자체에 음악이 잘 붙었다. 더욱 좋은 영향을 받아 극과 잘 맞아떨어지는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레이첼 야마가타의 경우 이 감독이 보낸 데모곡과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예쁜 사랑 이야기에 마음을 움직여 국내 OST 작업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올드팝의 경우 신 자체에 어울리는 분위기로 멜로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올드팝이 기본적으로 가진 사운드나 가수의 목소리보다 곡 자체에 대한 해석과 극 분위기를 중심으로 풀어내려고 했다"고 설명하면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마지막까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