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전 전패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헤쳐 나가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돌아오고 싶다."
조 최약체, 생각한 것과 크게 달라진 최종명단. 그래도 신태용(49) 축구대표팀 감독의 출사표는 당당했다.
신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한 달 앞둔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월드컵 대표팀에 소집할 28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당초 발표하기로 한 최종명단 23명에 소집 기간 동안 추가로 테스트할 5명의 선수를 포함한 숫자다. 김민재(22·전북 현대) 염기훈(35·수원 삼성) 등 신 감독이 낙점했던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구상에 변동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전방 공격진의 경우 예상대로 '손세이셔널' 손흥민(26·토트넘)을 필두로 황희찬(22·잘츠부르크) 김신욱(30·전북 현대) 이근호(33·강원 FC)가 선발됐고, 미드필더에는 기성용(29·스완지 시티) 이재성(26·전북 현대) 권창훈(24·디종) 등 붙박이 멤버를 중심으로 염기훈의 대체 자원인 이청용(30·크리스탈 팰리스)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골키퍼는 김승규(28·비셀 고베) 김진현(31·세레소 오사카) 조현우(27·대구 FC) 3인 체제가 유지됐다. 부상자가 속출한 수비 라인의 경우 김영권(28·광저우 헝다)이 복귀하고 장현수(27·FC 도쿄) 권경원(26·톈진 취안젠) 등이 선발됐다.
발탁 여부를 두고 화제를 모았던 김진수(26·전북 현대)는 일단 이름은 올렸으나 회복 상태에 따라 최종명단 승선 여부가 갈릴 예정이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은 박주호(31·울산 현대) 고요한(30·FC 서울) 등 포지션 변경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들을 일단 명단에 대거 포진시켰다.
신 감독은 "지금 가장 힘든 것은 수비 라인"이라며 "코치진이 K리그와 일본·중국리그를 계속 관찰하면서 센터백 6명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플러스알파 5명이 생겼다"며 "구상한 멤버가 조금 어긋나면서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는 조직력이 생명이다. 일대일 능력이 강한 선수들이 조직력까지 강하면 최고의 팀이겠지만 우리는 현실적으로 일대일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수비 라인을 좀 더 뽑은 것은 스리백, 포백을 같이 가기 위한 것"이라며 "이 선수들이 경쟁하면서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주면 좋겠다는 구상이다. 4주 정도 남은 시간 동안 수비 라인 조직력을 최대한으로 만들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명단에 새로운 얼굴들이 포함돼 화제를 모았다. 신 감독 스스로도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플러스알파 5명이 생겼다"며 "구상한 멤버가 조금 어긋나면서 28인에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합류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유명세를 얻으며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 A 헬라스 베로나에서 뛰고 있는 이승우(20)가 대표적이다. 이승우는 성인 대표팀은 물론이고 23세 이하(U-23) 대표팀에도 아직 한 차례도 소집되지 않았던 선수다. 그동안 이승우의 최종명단 승선 여부가 꾸준히 화제로 떠올랐을 때도 신 감독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월드컵을 앞두고 마침내 이승우를 발탁하면서 지난해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이후 사제가 다시 만나게 됐다.
신 감독은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함께하며 (이승우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고 이승우의 발탁 배경을 설명하며 "현재 소속팀에서 많이 성장했고 첫 골을 넣으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줬다.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들어 가는 민첩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교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깜짝 발탁된 오반석/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생애 최초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선수는 또 있다. 바로 K리그1에서 활약 중인 오반석(30·제주 유나이티드)과 문선민(26·인천 유나이티드)이다. 신 감독은 "사실 김민재가 부상당하지 않았으면 오반석을 발탁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189cm의 키에 신체 조건이 좋고 터프하게 맨투맨 수비를 하는 선수지만 빌드업이 약해서 뽑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 공격을 견디고 이겨 내려면 선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오반석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문선민에 대해서는 "스웨덴에서 5~6년간 고생하면서 정예화된 선수"라고 평가하며 "스피드가 좋고 저돌적이며 우리가 원하는 과감한 공격 플레이를 보여 준 점이 흡족하게 여겨졌다. 경기를 보면서 (이 선수를) 28인 명단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발탁 이유를 밝혔다.
신태용 감독의 히든 카드 문선민 / 인천 유나이티드
신 감독은 오는 2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선수단 28명을 소집, 국내 훈련과 두 차례 평가전(5월 28일 온두라스전·6월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을 치른 뒤 이 가운데서 23명을 추려 내달 3일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출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