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관광 명소인 오세아니아 국가 ‘피지’가 최근 수막구균성 질환이라는 감염질환으로 인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피지 보건당국은 지난 3월 20일 수막구균 감염 유행경보를 발령했는데, 우리나라 외교부는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현지상황을 고려해 피지 입국 전 예방접종 등으로 수막구균 감염을 사전 예방할 것을 권고했다. 2017년 피지에서 발생한 수막구균 감염 건수는48건으로, 3월 20일 기준 감염자 중 14.4%가 사망해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다. 피지는 물가가 저렴하고 풍광이 뛰어나 최근 국내에서 여행하기 좋은 휴양지로 떠오르고 있는 데다가, 공용어가 영어라는 특징 때문에 어학연수지로도 각광받고 있었다. 매년 약 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피지를 방문하고 있다. 이에 피지로 여행이나 연수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런데, 수막구균성 질환은 비단 피지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 등 세계 각지에서 유행했거나 현재 유행하고 있는 감염질환이다. 이에 이러한 지역들을 여행 및 체류하게 될 경우, 출국 전 예방접종 등 사전 예방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해외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국내에서도 단체생활이 불가피한 환경에서도 해당 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수막구균성 질환이 얼마나 위험한 질환이길래 사전 예방이 강조되는 것인가?
수막구균이 감염돼 발병하는 수막구균성 질환은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꾸준히 발생하기 때문에 해외여행, 어학연수 등 해외 방문 시 자기가 가는 지역이 수막구균이 유행하는 지역인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국가의 여러 중고등학교 및 대학에서는 입학 또는 기숙사 입소 시 수막구균 백신 접종증명서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수막구균성 질환 환자는 매년 전세계에서 50만명이 발생하는데, 이중 75,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매년 약 800~1,500건의 수막구균성 질환이 발생하며,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적은 캐나다(약 3천 5백만명)도 매년 약 300건이 발생한다. 유럽의 경우,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유럽 전역에서 3,121명의 수막구균성 질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프랑스 462명, 영국935명, 독일 286명, 스페인 210명 순으로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수막구균성 질환 중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지속적으로 환자수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국내에서 보고되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는 매년 10건 내외지만, 국내에서 수막구균 발생 현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우며 진단 방법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보고된 빈도보다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진국에서의 발생률로 추정 시 국내에서는 적어도 매년 최소 250에서 최대 2,000명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국내에서 올림픽, 월드컵 등 국제적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에 발병사례가 급격히 증가해왔는데, 1988년과 2003년에는 각각 42명과 38명의 수막구균성 국내환자가 발생한 바 있다. 또한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던 작년 한해 동안 발생한 수막구균성 질환 환자는 18명으로 2016년보다 환자수가 3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올해도 현재(2018년 4월 30일 기준)까지 8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작년과 거의 동일한 추세로 환자 수가 보고되고 있는 바 올해 역시 수막구균성 질환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대한소아과학회는 예방접종지침서를 통해 지역사회 및 유아원, 학교, 군대 등의 특정 시설에서 단체생활을 할 경우 수막구균성 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생활하는 환경에서 해당 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 이에 해외를 나가지 않더라도 학교, 유아원 등 단체생활이 불가피한 사람이라면, 수막구균성 질환에 대한 사전 예방이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수막구균은 보통 인구의 10~20%가 몸 속에 보유하고 있는데, 수막구균에 감염되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등 수막구균성 질환이 발병한다. 수막구균성 질환의 문제는 진행속도가 빠르고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 조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막구균성 질환의 초기증상은 두통, 발열, 구토 등인데, 수막구균성 패혈증의 경우 피부 출혈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 수막구균성 질환의 초기 증상은 독감, 감기와 유사해 조기 진단이 어렵고 질환이 급격히 진행돼 24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에 수막구균성 질환은 ‘그 어떤 감염 질환보다도 빠르게 사망에 이르게 하는 질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막구균성 질환의 치사율은 9%~12%에 달하고, 적절한 대처로 치료에 성공해도 5명 중 1명꼴로 사지절단, 난청, 신경손상 등의 후유증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강조되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주요 혈청형으로 인한 수막구균성 질환은 메낙트라 등 국내 출시된 수막구균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과 같은 심각한 침습성 수막구균 질환은 주로 수막구균 혈청형 A, B, C, Y, W, X 에 의해 발생하며 국내 도입된 수막구균 백신으로는 A, C, Y, W에 의한 수막구균성 질환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중국, 태국, 필리핀 등 우리나라와 가까운 아시아 국가에서는 수막구균 혈청형A가 유행한 바 있어 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백신에 따라 생후 23개월 미만에서 혈청형A에 대한 효능효과가 다르고, 접종횟수, 제형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이 권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