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렌털 사업에 변화를 주고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을 주로 빌려줬지만 최근에는 반려동물 용품과 명품 가방 등을 주력으로 내세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는 20~30대 젊은층 사이에 소유보다는 공유와 대여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경험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향후 렌털 품목도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명품 마니아와 고양이 집사… 충성도 높은 고객 잡아라
롯데렌탈은 지난해 8월 렌털 플랫폼 '묘미'를 선보였다. 묘미는 가전은 물론이고 유아·패션·레저·운동 용품 등 일상생활 전반에 필요한 물품을 총망라해 대여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기업 중 생활용품 대여 시장에 뛰어든 것은 롯데렌탈이 처음이다. 롯데렌탈 측은 묘미 론칭 이후 지난 1월까지 매출과 거래량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롯데렌탈은 묘미가 연착륙에 성공하자 대여 품목도 과감하게 확장하고 있다. 2월 선보인 명품 가방이 대표적이다. 묘미는 현재 샤넬과 루이비통·펜디 등 7개 럭셔리 가방 브랜드를 대여하고 있다. 명품 가방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묘미 전체에서 대여 순위 두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국내 샤넬 부티크에서 구하기 힘들다고 소문난 '샤넬 셰브런 오 케이스 미디엄 클러치'와 '디올 자디올 체인 플랩백'을 빌리려는 고객이 많다.
지난 1일 기준 6000원대에서 2만원까지 가격대가 저렴하고 선택 폭이 넓어서 명품 가방을 선호하는 20~40대 여성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지난달 20일에는 반려동물 용품 대여 서비스도 시작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자 이들을 겨냥한 반려동물용 자동 급식·급수기·이동장·자동 화장실·스파 기기·가구와 유모차 등을 대여해 주는 것이다.
애묘인 A씨는 "고양이용 자동 화장실은 가격대가 60만~10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선뜻 사기에 부담스럽다. 큰마음을 먹고 구매해도 반려묘가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대여 업체에서 먼저 빌려서 써 본 뒤 고양이가 좋아하는 제품으로 선택해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2030세대 '경험 소비' 중요시… 렌털 품목 다양화 전망
그동안 대기업의 렌털 품목은 주로 자동차와 공기청정기·정수기 등에 한정돼 있었다.
롯데렌탈은 묘미 이전까지 롯데렌터카와 카셰어링 서비스인 그린카를 운영했다. 롯데렌탈의 경쟁 업체로 꼽히는 SK네트웍스 역시 렌터카와 SK매직에서 생산하는 가전제품이 주력 상품이다.
과거만 해도 국내에는 수천만원이 넘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외에 생활용품을 빌려 쓰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젊은층에서 대여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렌털 업계 한 관계자는 "옛날에는 '대여 서비스는 곧 중고 상품을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20~30대는 '경험 소비'를 중요하게 여겨 '물건을 먼저 써 보고 좋으면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업체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패션 업체 코오롱FnC는 지난 3월 의류를 대여하는 '래코드'를 론칭했다. 수십만원 상당 원피스와 아우터를 1만5000~4만원가량에 빌려 입을 수 있어서 인기다.
롯데백화점의 살롱드샬롯은 유명 디자이너의 드레스 등을 대여해 주고 있는데, 올 1분기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235%를 기록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19조5000억원이었던 렌털 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중에서 개인 및 가정 용품 시장은 2016년 5조5000억원에 달했다. 현재 속도라면 2020년에는 40조1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