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커피전문점들이 "대한민국은 스타벅스만 사업하기에 가장 좋은 나라"라며 아우성이다. 1위 업체이지만 출점 제한 등 가맹사업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영업하고 있어서다. 또 정부가 각종 바우처와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출시한 '국민행복카드'의 할인 수혜를 이고 있다.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와 영세 사업자들은 "스타벅스가 직영점이라는 이유로 골목상권을 침범하는 것도 힘든데 정부의 할인 혜택까지 받고 있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행복카드 할인되는 스타벅스…국민 세금으로 외국계 기업 돕는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출산과 육아 바우처를 제공하는 국민행복카드를 출시하면서 BC와 삼성, 롯데카드를 최종 회원사로 선정했다. 이중에서 BC카드는 우리은행과 IBK, NH농협,SJ제일은행, 우체국, 신협 등 11개 회원사를 통해 국민행복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BC카드는 국민행복카드에 붙는 공통 부가서비스로 스타벅스와 커피빈, 카페베네 이용시 20%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BC카드의 11개 회원사가 발급한 국민행복카드로 이들 업체를 이용하면 20% 할인된 가격에 스타벅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실상 이 부가서비스 제도는 스타벅스를 위한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카페베네는 최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커피빈은 국내 업계 점유율이 낮다. 반면 스타벅스는 지난해 연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시대를 연 1위 업체다.
정부가 출시한 카드의 할인 대상에 스타벅스가 포함되자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행복카드의 스타벅스 할인 부가서비스를 시정해달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한 청원자는 지난 12일 "국민행복카드를 발급 받기 위해 은행에 갔는데 '스타벅스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더라"며 "국가기관인 보건복지부에서 발급하는 카드 제휴사가 외국계 기업인 스타벅스라니…"라며 반대했다.
정부는 부가서비스는 카드사의 선택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행복카드의 할인 등은 카드 발급을 맡는 카드사가 마케팅 측면에서 고려해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카드사에 '이런 업체나 프랜차이즈의 할인을 해달라'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국민행복카드의 부가서비스 전반에 대해 개선할 사항이 있다면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BC카드 측은 "국민행복카드 타깃층이 주로 쓰는 곳이 커피전문점이라서 각종 분석을 통해 스타벅스를 부가서비스 제공 업체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측은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스타벅스 측은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스타벅스를 이용할 때 그 금액 중 일정 부분을 청구 할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스타벅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국민행복카드를 발급하는 주체가 '알아서'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스타벅스 연중무휴에 출점 제한도 없어…소상공인들 눈물
스타벅스는 한국 커피전문점 업계에서 이른 바 '넘사벽'으로 통한다.
스타벅스는 1999년 신세계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합작해 국내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매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1조2634억6000만원, 영업이익 1144억600만원을 기록했다.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스타벅스의 커피만은 날개 돋힌 듯 팔렸다. 이런 고속 성장의 뒤에는 매년 크게 늘어나는 매장이 있다. 2010년 전국에 327개에 불과했던 스타벅스는 2016년 1000개를 넘어섰다. 모든 점포가 직영 체제여서 다른 프랜차이즈 형태의 커피전문점들처럼 출점 제한이 없다.
반면 다른 업체들은 대리점 사이 영업권 보장 등을 위해 가맹사업법에 따라 출점 제한을 적용받는다. 같은 상권에 여러 개의 같은 매장을 낼 수 없도록 막는 것이다.
업계 2위인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 역시 대리점 영업권 보호를 위해 가맹사업법에 따라 출점을 제한한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본사만 허락하면 100m, 200m 간격으로 매장을 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규제를 받지 않는 스타벅스가 주요상권 여러 곳에 매장을 내면서 같은 상권 내 토종 프랜차이즈나 영세 커피전문점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타벅스가 월 2회라도 쉬게 해달라. 연중무휴로 영업을 해 영세 사업자가 힘들다", "스타벅스가 들어서면 근처 커피숍 상권이 무너진다" 등의 청원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배경이다.
한 중소 커피점문점의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넘어설 수 없는 '원톱'이다. 정부는 이런 스타벅스에 출점 제한도 두지 않는다. 연중무휴로 돌아가는데다 정부 지원 카드도 할인이 들어가니 정말 미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은 스타벅스가 영업하기에 가장 좋은 나라일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스타벅스 측은 "우리가 외국계 기업이어서가 아니라 전 매장이 직영점이라 출점 제한을 받지 않는 것"이라며 "골목 소상인 상권과 겹치지 않기 위해서 유통 인구가 많은 번화가 상권 도로면에 대형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