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명호는 1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 긴급 투입됐다. 선발투수 송승준이 2회초 1사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자 제대로된 준비 없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한 때 선발 자원으로 기대받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롯데는 선발진 경기당 투구 이닝이 4⅔이다. 진명호 덕분에 실점 없이 5회를 넘겼다.
잘첫 타자로 상대한 마이클 초이스를 삼진 처리했다. 후속 고종욱도 1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3회도 삼진 한 개를 곁들였다. 주자 없는 1사에서 상대한 김혜성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4회까지 피안타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5회는 삼진쇼도 보여줬다. 상대는 거포 박병호. 풀카운트에서 슬라이더를 가운데로 넣어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진명호의 슬라이더는 앞선 4회도 효과가 있었다. 장타력이 있는 김하성에게도 풀카운트에서 이 구종으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위, 아래로 떨어지는 공을 효과적으로 조합했다. 후속 초이스와의 승부에선 슬라이더 2개를 보여준 뒤 직구로 한 차례 현혹했고 포크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결과는 포수 스트라이크 낫 아웃. 2사 뒤 상대한 고종욱에게는 볼카운트 1-2에서 포크볼만 세 개를 던졌다. 타자에게 통하는 제구력을 뽐낸 투수, 좋은 컨디션을 파악하고 적절한 볼배합을 낸 포수 모두 좋았다.
퍼펙트로 임무를 마쳤다. 5회까지 3⅔이닝 동안 11타자를 모두 범타와 삼진으로 잡아냈다. 완벽한 투구였다.
롯데는 타선이 4-6회 집중력을 발휘하며 다득점에 성공했다. 모처럼 공·수 조화가 뛰어났다. 롯데도 12-0으로 승리하며 시즌 처음으로 연승을 거뒀다. 진명호도 2012년 8월 21일 이후 삼성전 이후 2060일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진명호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기대주다. 입단 2년 차던 2010년 4월 25일 SK전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렀고, 통산 72경기에서 아홉 번 선발로 나섰다. 이닝 소화 능력을 갖췄다. 그동안은 부상과 군 복무로 1군 무대에서의 활약이 미미했지만 올 시즌은 불펜진 한 축으로 올라섰다. 이날 호투로 선수 활용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선수에게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