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는 지난주까지 출전한 8경기에서 타율 0.333·4홈런·11타점·장타율 0.800을 기록했다. 홈런 1위, 타점 2위, 장타율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첫 경기부터 화려했다. 3월 24일 개막전에 지난해 20승을 거두며 다승왕에 오른 헥터 노에시를 상대로 홈런을 쳤다. 2018시즌 KBO리그 첫 홈런이다. 고졸 신인이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 최초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돌풍은 이어졌다. 이후 홈런 3개를 추가했다. 조쉬 린드블럼, 장원준(이상 두산) 등 1·2선발급 투수들에게 일격을 가하며 감탄을 선사했다. 팬들은 호쾌한 스윙에 한 번, 뛰어난 콘택트 능력에 두 번 매료됐다. 3월 30일부터 열린 두산과의 홈 개막전에선 그를 향한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름이 연호됐다. 단점도 격려한다. 아직 외야 수비가 익숙지 않은 그가 타구를 처리하면 박수와 함성이 쏟아진다.
스타성도 증명했다. 중요한 순간에 빛난다. 득점권에서 타율 0.571·장타율 1.571을 기록했다. 두산과의 2차전 대표적이다. 0-8로 뒤진 상황에서 스리런 홈런을 치며 분위기를 바꿨다. 투지도 돋보인다. 이튿날 열린 3차전에선 1-3으로 뒤진 4회초 실점 위기에서 허경민의 깊숙한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냈다. KT는 2경기 모두 역전승을 거뒀다.
여기에 배포도 있다. 이종열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야구장에서는 투지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얘기를 나눠보니 나이답지 않은 기운이 있었다"고 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생각했던 것보다 진지하고 야구관이 좋았다. '반짝' 스타로 사라질 선수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KT는 개막 첫 8경기에서 5승3패를 기록하며 공동 3위에 올랐다. 강백호 가세 효과가 있었다. 일간스포츠와 조아제약은 리그에 활력을 더하고 소속팀의 선전을 이끈 강백호를 3월 마지막주 주간 MVP로 선정했다. 신인이 쟁쟁한 스타들을 제쳤다. 개막 첫 주 주간 MVP로 신인이 선정된 건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1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 2018년 주간 MVP 첫 수상자가 됐다. 소감을 전한다면. "프로는 매주 상을 주는구나 싶었다. 신기하다. 팀이 2연속 위닝시리즈를 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승리에 기여한다면 또 수상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더 노력하겠다."
- 화려하게 데뷔했다. 첫 8경기는 만족하나. "다 만족스럽진 못하다. 좋은 타이밍에서 못 친 공도 있다. 수비할 땐 타구를 놓치기도 했다. 모든 면에서 나아지도록 노력하겠다. 점수를 준다면 80점이다. 후하게 줘봤다."
- 리그 정상급 투수들에게 홈런을 쳤다. "상대 투수의 위상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분석된 장, 단점과 볼카운트에 집중한다. 모든 투수와의 승부에 전력을 다한다. 매 타석 영광스럽다. 고교시절부터 상상만 하던 투수들과 상대하고 있다. 즐겁다. 힘도 난다. 홈런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내가 잘 친 게 아니다. 타이밍이 맞았고 운 좋게 멀리 나갔다."
- 2번 타순에 전진 배치됐다. 다른 점이 있나. "팀에 도움이 된다면 타순은 상관없다. 타격 지향점도 다르지 않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장타를 노리는 스윙, 불리할 땐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하려 한다. 그저 8번 타자로 나설 때보다 타석 수가 많아진 게 좋다."
- 벌써 신인 선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 달성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제 개막 첫 주를 마쳤다. 기록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앞으로 분석이 심화되면 약점도 간파될 것이다. 하지만 미리 걱정부터 하지 않겠다. 20홈런이든 30홈런이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감독님은 꾸준히 기회를 주시고 선배들은 자신감을 갖도록 독려한다. 그저 KT팬뿐 아니라 모든 야구팬께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 (고졸 신인 최다 홈런은 LG 소속 김재현이 1994년 세운 21개, 신인 최다 홈런은 1996년 현대 소속 박재홍이 세운 30개다)
- 수비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 3월 25일 KIA전에서의 실책성 플레이가 약이 됐다고 보나. "그렇다. 실보다 득이 많았다. 변명이지만 솔직히 처음 보는 타구였다. 놀랐다. 하지만 미리 그런 타구를 받아보는 게 점차 실수를 줄 있을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점차 나아지겠다."
- 황재균과 많은 대화를 한다고 들었다. "막내여서 그런지 잘 챙겨준다. 경기 때는 '수비할 때 나를 너무 웃기지 말라'며 농담을 건넨다. 그러면 긴장이 조금 풀린다. 다른 선배들도 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준다."
- 롯데 한동희, 두산 곽빈 등 주목받는 입당 동기들과도 대결을 했다. "모두 잘했으면 좋겠다. 특히 (한)동희는 1일 NC전에서 롯데의 연패 탈출을 도왔다. 그동안 마음 고생도 했을 텐데 정말 다행이다. 더 잘할 것이다. 두산과의 2차전에서 두 번 상대한 (곽)빈이는 나한테 너무 세게 던지더라. 앞으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상대해야겠더라."
- 첫 상금은 어떻게 쓸 건가. "아직 돈에는 관심이 없다. 부모님께서 나 때문에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다. 의미 있는 상이니 모두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