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실험과 평가는 모두 끝났다. 유럽 원정 2연전을 마친 한국 축구대표팀의 다음 단계는 최종엔트리 23명 발표다. 신태용 감독은 오는 5월 14일께 최종엔트리를 발표한다. 그리고 21일 최정예 멤버가 월드컵을 위해 소집된다.
유럽 원정을 끝낸 신 감독은 "최종엔트리 80% 구상은 마쳤다. 유럽 원정에서 발견한 오답노트를 통해 나머지 20%를 채워가겠다"고 밝혔다. 최종엔트리에 80%의 '확신'과 20%의 '변수'가 존재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최종엔트리 23명 중 핵심 선수들은 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나머지 20%다. 20%를 채우기 위해 신 감독은 남은 기간 K리그를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부진에 빠진 해외파의 컨디션 점검도 필요하다.
80%의 확신
신 감독 체제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인 선수들이 있다. 부상 등 이변이 없는 한 23명 안에 이름을 올릴 선수들이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과 '캡틴' 기성용(스완지 시티)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권창훈(디종)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역시 최종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막내' 황희찬(잘츠부르크)도 러시아를 바라보고 있다. 유럽파는 이렇게 5명이 확정적이라 할 수 있다.
K리거 중에서는 이재성, 김민재, 이용, 최철순(이상 전북) 등이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의 존재감을 과시할 염기훈(수원 삼성)과 이근호(강원 FC)도 합격점을 받아 놓은 상태다. 박주호(울산 현대)는 이번 유럽 2연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대표팀에 필요한 존재로 거듭났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장현수(FC 도쿄)도 이렇다 할 대체자가 없는 가운데 23명 안에 이름을 올릴 확률이 높다.
골키퍼는 사실상 3명으로 확정이 났다. 김승규(빗셀 고베) 조현우(대구)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3인 체제다. 이들에게는 주전 경쟁만 남아있을 뿐이다.
20% 변수
부상 변수로 인한 이탈, 그리고 부상 복귀에 의한 복귀 등을 예상할 수 있다.
김진수가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김진수가 얼마나 빨리 복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빠르게 제컨디션을 찾는다면 김진수의 월드컵행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홍철(상주 상무) 등 다른 대체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발목 부상을 당한 고요한(FC 서울)은 부상에서 돌아왔다. 고요한은 신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는 선수지만 부상 복귀 뒤 경기력이 중요하다. 흐름이 올라온다면 신 감독의 손을 잡을 수 있지만, 부상 후유증이 크다면 고요한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중앙 수비수 역시 변수가 존재한다. 홍정호(전북)가 이번 2연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홍정호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반면 윤영선(상주)은 폴란드전에 안정적이었지만,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다. 폴란드 핵심 공격수가 빠진 상황이었다. 앞으로 소속팀에서 보여줄 경기력에 따라 권경원(톈진 취안첸) 등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그동안 외면 받았던 해외파의 반전이 있어날 수도 있다. 소속팀 경기에 뛰지 못하는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을 비롯 지동원(다름슈타트) 석현준(트루아) 등이 남은 기간 소속팀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다면 최종엔트리의 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공공의 적'? 김신욱
확신과 변수의 갈림길에서 가장 뜨거운 이는 김신욱(전북)이다. 이번 유럽 2연전 뒤 김신욱은 축구팬들의 '공공의 적'이 됐다.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한일전에서 2골을 넣으며 영웅으로 등극했던 김신욱이었다. 이어 1월 몰도바전 1골, 자메이카전 2골, 라트비아전 1골 등 A매치 4경기 연속골이라는 폭발력을 보여줬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김신욱의 최종엔트리 포함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유럽 2연전으로 여론은 바뀌었다. 김신욱은 2경기 모두 나섰고, 결정적 찬스를 놓치며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자 많은 축구팬들이 김신욱을 최종엔트리에 포함시키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신 석현준을 넣으라고 강조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신욱이 '최적의 옵션'은 아닐지 몰라도, 분명 월드컵에 필요한 '하나의 옵션'이다. 197cm 장신공격수 김신욱의 활용도는 감독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라는 얘기다.
한 대표팀 출신 축구인은 "김신욱이 선발로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후반 조커로 김신욱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월드컵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상대에 따라, 상대 전술과 변화에 따라, 의외의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카드를 감독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그렇기에 월드컵이라는 대회를 준비하는 감독은 어떤 변수에도 대응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카드를 가지고 싶어 한다. 스쿼드의 다양성을 중요시 한다. 김신욱 카드는 신 감독 뿐 아니라 모든 감독들에게 필요한 하나의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빠르고 활동적인 공격수는 많아도 김신욱의 높이와 피지컬은 한국에서 독보적이다.
상황에 따라 상대에 위협을 줄 수 있다. 김신욱이 필요한 순간이 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김신욱 카드는 월드컵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김신욱만 나가면 뻥축구를 한다고? 한국 입장에서 후반 막판 뻥축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월드컵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급할 때는 김신욱만한 카드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면에서 김신욱은 한국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이다. 김신욱을 대체할만한 공격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석현준 역시 190cm의 장신 공격수다. 그렇지만 그는 발목 부상을 당한 뒤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지 않다. 골 소식도 없다. 신 감독 역시 이번 유럽 원정을 앞두고 석현준을 점검했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고 판단해 제외했다. 김신욱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장점을 압도할 수 있는 경기력과 컨디션을 소속팀에서 선보여야만 석현준이 김신욱보다 나은 옵션이 될 수 있다. 남은 기간 석현준이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김신욱이 최종엔트리 23명 안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