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6개월 6일, 고졸 신인 투수의 프로 데뷔 첫 승은 삼성에 1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가 던진 공은 삼성에 큰 희망이다. KBO 리그에 신선한 새 바람을 몰고 온 삼성 양창섭(19)의 이야기다.
양창섭은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6-0 승리를 견인, 프로 첫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양창섭은 고졸 신인 투수만 작성할 수 있는 의미있는 기록에 여럿 이름을 올렸다. 고졸 투수 역대 6번째로 프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기록했다. 김태형(롯데, 1991년롯데) 김진우(KIA, 2002년) 류현진(한화, 2006년) 임지섭(LG, 2014년) 하영민(넥센, 2014년) 이후 4년 만이다. 또 역대 최연소(28일 기준, 18세 6개월 6일) 데뷔 첫 경기 선발승 투수의 주인공이 됐다. 2006년 4월 12일 잠실 LG전에서 7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괴물 투수'의 등장을 알린 한화 류현진(현 LA 다저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고졸 신인 데뷔 첫 경기에서 무실점 선발승을 올렸다. 삼성은 지난해 9월 신인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양창섭을 지명했다. 양창섭은 덕수고 출신으로 2016~2017년 2년 연속 황금사자기 최우우선수에 선정된 유망주였다. 당시 수도권 구단의 1차지명 후보로 평가됐지만, 그를 선택한 팀은 없었다. 2차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가 '괴물 신인' 강백호를 지명하자 삼성은 아무 고민없이, 주저하지 않고 양창섭을 지명했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우리팀이 양창섭을 지명하는 기회를 얻게 될줄 몰랐다"고 기뻐했다.
양창섭을 뽑은 삼성은 "최고구속 148km의 빠른공에 수준급의 경기 운영능력, 제구력까지 갖춘 완성형 투수로 보고 있다. 입단 첫 해부터 1군에서 팀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인상 깊은 데뷔전을 소화하고, 1군에서 빨리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하진 못했다. 삼성 선발진에 변수가 생기면서 양창섭이 기회를 얻게 됐다. 4선발 후보 우규민이 허리 통증으로 스프링캠프에서 이탈했다. 당시 백정현도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선발진에 두 자리가 비었다. 양창섭은 일본 오키나와 평가전(3경기 7이닝 1실점)에 이어 시범경기(2경기, 7이닝 1실점)에서도 호투했고, 삼성의 개막 네 번째 경기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고졸 신인 투수가 입단 첫해 소속팀의 개막 5경기 이내 선발 등판한 21번째 선수다.
양창섭은 삼성 선발진의 한 줄기 빛이다. 최근 몇 년간 외국인 투수 악몽에 시달리는 삼성은 팀 아델만과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KBO 리그 데뷔전에서 각각 6⅔이닝 5실점, 3⅓이닝 9실점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베테랑' 우규민까지 당분간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김한수 감독은 양창섭의 주 2회(화-일) 등판을 자제하며, 보호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으로선 지난 시즌 출발을 떠올리면 양창섭의 데뷔 첫 승이 더욱 의미있다. 삼성은 지난해 개막 2연패 뒤 1승, 그리고 또 다시 7연패에 빠졌다. 부진한 출발 탓에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결국 하위권에서 허덕이다 창단 첫 '2년 연속 9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올해에는 개막전에서 두산을 꺾고 기분 좋게 이겼지만 이후 2연패를 당한 경기에서 내용이 안 좋았다. 25일 두산전은 외야수 박해민의 결정적인 실책이 패배의 빌미가 됐고, 27일 KIA전에서 보니야의 부진으로 0-17 참패를 당했다. 자칫 28일 경기까지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KIA에 내줬을 경우 연패가 길어지며 시즌 초반 분위기가 지난해와 비슷할 위기였다. 하지만 고졸 신인 투수의 깜짝 데뷔로 승리와 더불어 팀 분위기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예상치 못한 카드, 그것도 신예 선수 기용이 성공하면 팀 분위기에는 더욱 효과적이다. 신예 투수의 등장에 목말랐던 삼성이기에 양창섭의 등장이 더욱 반갑다. 그동안 타선에는 박해민, 구자욱 등 '중고 신인'이 나타났다. 하지만 2010년대 마운드에는 심창민 외에 딱 떠오르는 신예 투수가 없다. 정규시즌 5년 연속 우승 당시에는 워낙 쟁쟁한 선수가 많아 젊은 투수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안 됐고, 최근에는 기대 만큼 신예 투수의 성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올 시즌 kt 강백호, 롯데 한동희 등과 함께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손꼽히는 양창섭이 첫 경기에서 가능성을 입증하고, 삼성 마운드에 희망을 안겼다. 그의 데뷔 첫 경기 선발승이 여러모로 1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