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국 진출 30년을 맞은 맥도날드가 상생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에만 골몰하지 않고 고용 창출과 사회 공헌도 고민하고 있다. 특히 경단녀·시니어·장애인 등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고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장애인 고용률은 정부의 민간 기업 법정 의무 고용률을 상회할 정도다. 맥도날드는 상생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한국 외식 기업의 선두를 지켜 나가겠다는 각오다.
'시니어 크루' 이창우씨 "내 인생 최고의 선택"
"맥도날드요? 내 인생에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맥도날드 부천 중동 DT점에서 근무 중인 이창우(55)씨. 그는 나이 쉰 살이 훌쩍 넘어 찾아온 맥도날드의 '크루(직원)'라는 자리가 무척 뿌듯해 보였다.
'시니어 크루'인 이씨는 은퇴 뒤에 아내와 함께 작은 치킨집을 운영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을 접었다. "집에서 손자를 돌보고 동네에서 배드민턴을 치며 소일을 했죠. 그런데 일하지 않으니 삶이 어쩐지 무기력하더군요."
이씨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직장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우연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맥도날드에서 근무한 아르바이트생들의 후기를 읽게 됐다. "알바생들의 평가가 좋았어요. '아저씨인 나를 받아 줄까' 싶어 긴장했는데 '맥도날드에는 칠순에 가까운 크루도 있다'는 말에 용기를 냈죠."
2016년 6월 중동 DT점의 일원이 된 이씨는 그 누구보다 신바람 나게 일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기간에는 면접을 거쳐 올림픽선수촌 다이닝룸 내에 위치한 맥도날드 평창 크루에도 발탁됐다.
"'국가대표 크루'라는 자부심으로 일했어요. 맥도날드는 선수들에게 무상으로 음식을 제공합니다. 북한의 피겨 국가대표인 염대옥 선수가 퇴촌할 때까지 날마다 우리 맥도날드 매장을 찾았어요. 아이스크림과 '맥너겟'을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잘 먹는 모습이 어찌나 좋아 보이던지…."
입사 2년째를 향해 가고 있는 이씨는 맥도날드에서 두 가지 꿈을 꾸고 있다. "북한에도 맥도날드가 생기면 가 보고 싶습니다. 맥도날드는 아르바이트생에서 출발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참 많습니다. 나는 '페이퍼 업무'는 자신 없지만, 고객 서비스만큼은 정말 자신 있어요. 언젠가 정규직이 되는 날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려고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맥도날드는 매년 100~300명가량의 시간제 크루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2242명의 파트타임 근무자를 정규직 매니저로 전환해 채용했다.
맥도날드에 따르면, 실제 본사 직원의 50% 이상이 매장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또 전국 매장의 점장 중 70%가 시간제 직원인 크루로 입사해 점장이 됐다.
학력과 나이, 성별이나 장애 유무를 따지지 않는 '열린 채용'으로 최근 5년간 주부 크루 3952명, 시니어 크루 763명, 장애인 240여 명을 채용했다.
특히 장애인 고용률은 3.5%로 정부의 민간 기업 법정 의무 고용률인 2.9%를 상회한다.
맥도날드의 한 관계자는 "1988년 국내에 맥도날드 1호점을 열 당시에 100여 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가 현재 전국 1만7000여 명까지 불었다. 국내 고용 창출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진= 국내 맥도날드 1호점 압구정점. 88년]
맥도날드의 다음 화두는 "상생·지속 가능한 성장"
맥도날드는 이제 글로벌 외식 업체로서 상생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세웠다.
최근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는 본사와 가맹점, 협력사의 갈등으로 위기를 겪는 업체가 많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창립자인 레이 크록이 강조해 온 '세 다리 의자' 철학을 바탕으로 이 같은 문제를 최소화했다.
맥도날드는 하나의 의자를 바로 세우는 세 개의 다리가 균형을 이루듯 가맹점주와 협력 업체, 본사의 상생을 주요 가치로 삼고 있다. 맥도날드는 자회사를 따로 두지 않고 30여 개의 독립된 협력 업체를 통해 식자재 등을 공급받고 있다.
사회공헌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현재 소아암 환자와 가족들이 병원 근처에 머물며 편히 치료받을 수 있는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 건립을 후원하고 있다. 오는 29일에는 인기 메뉴인 '빅맥'을 30년 전 가격에 판매해, 이로 얻은 수익금을 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 건립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사장은 "앞으로 맥도날드는 한국 외식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선도 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