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석탄 발전소 사업 금융 주관사로 참여해 비판받고 있다. 국내 1위 은행인 국민은행이 대표적인 미세먼지 배출원으로 꼽히는 석탄 발전소 건설 사업에 뛰어들어서다. 시민단체는 국민은행에 금융 조달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국민은행, 공공 보건 무시하는 처사"
20일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은 서울 중구의 국민은행 명동본점 앞에서 강릉 안인 석탄 발전소 사업에 대한 금융 조달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강릉 안인 석탄 발전소 사업에 4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 조달을 앞두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미세먼지가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대표적인 미세먼지 배출원인 석탄 발전소 투자에 앞장서는 국민은행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다량의 미세먼지 배출로 국민들이 숨 쉬기 어려워질수록 석탄 발전소에 투자한 기업들은 이익을 올리는 셈"이라며 "금융계는 말로만 환경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을 외치지 말고 대표적인 반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국내 석탄 발전소 미세먼지(PM2.5) 배출로 인해 해마다 1000명 이상이 조기 사망하고 있다며 강릉 안인 석탄 발전소가 가동된다면 추가로 4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강릉 안인 석탄 발전소 사업은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건설되는 석탄 발전소다. 2016년 공사 계획 인가를 받아 국민은행과 삼성물산·한국남동발전 등이 지분을 투자한 시행법인인 강릉에코파워에서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강릉에코파워에 49%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다.
현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사업 자금을 유치하는 단계에 있다. PF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도로·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 등 대규모 자금 유치를 필요로 하는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법이다.
국민은행은 금융 주관사로서 투자자를 유치하고 자금을 중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은 수수료 수익을 챙기게 된다.
국민은행이 석탄 발전소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말에는 신한은행과 함께 경남 고성하이 석탄 발전소 사업에 4조원 규모의 금융 주선을 맡았다.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에너지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석탄 발전소를 줄여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은행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특히 공중 보건 문제로 크게 대두된 미세먼지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공익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단순히 수익성만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계 금융기관들 석탄 투자 중단·철회… 국민은행 "국가사업 참여일 뿐"
국민은행이 석탄 발전소에 투자하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 우수 기업 선정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영국의 비영리단체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우수 금융사로 선정됐다.
당시 KB금융그룹은 "환경에 미치는 금융의 영향력을 고려해 다양한 녹색 금융 상품을 제공하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기후변화 대응 우수 기업 선정과 달리 국민은행은 에너지 부문에 대한 실질적이고 책임성 있는 투자 정책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의 행보는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들이 석탄과 관련된 투자를 중단하거나 철회하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정부연기금은 석탄과 관련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으며 도이치은행·씨티그룹·BNP파리바·ING그룹 등 금융기관도 잇따라 석탄 발전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했다.
노르웨이정부연기금은 지난해 3월 한국전력을 포함해 전 세계 10개 석탄 에너지 투자 기업을 투자 철회 대상으로 지정했다. ING그룹도 지난해 12월 석탄 투자 철폐 선언문을 내고 "2025년까지 모든 석탄 투자를 철회하고 화석연료 사업에 투자하고 싶은 고객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016년 당시 정부에서 대형 발전 사업으로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진행한 국가사업"이라며 "국민은행이 직접적으로 건설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자금 조달을 돕는 중개인 역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