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휠체어컬링 동메달결정전이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 한국 팀의 스킵(주장) 서순석(47)은 자신의 감회를 이야기하던 도중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감정에 북받친 그는 취재진과 더이상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그만큼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스킵 서순석, 리드 방민자(56·여), 세컨드 차재관(46), 서드 정승원(60)과 이동하(45)로 구성된 한국은 휠체어컬링 동메달 결정전에서 캐나다에 3-5로 패했다. '컬링 선진국' 캐나다를 맞은 한국은 목표했던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끝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경기력으로 상대를 긴장시켰고 선전했다. 한국팀의 선전에 컬링센터를 가득 메운 2000여 관중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주장 서순석은 최선을 다했다. 1993년 뺑소니 교통 사고로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서순석은 2009년 11월 지인의 소개로 휠체어컬링을 처음 접했다. 2014년 소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패럴림픽에 참가한 그는 “휠체어컬링을 통해 삶이 바뀌었다. 컬링은 곧 내 삶의 전부”라고 말했다. 경기 내내 냉철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때론 동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서순석의 모습은 지난달 평창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여자컬링대표팀의 ‘스킵’ 김은정(28)을 떠올리게 했다. 동료들과 경기 내내 끊임없이 상의하고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끈끈한 팀워크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서순석은 경기를 마친 뒤 맨먼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 휠체어컬링을 많이 응원해주고, 경기장에도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생기면 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고 믿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장으로서, 그리고 한국에서 휠체어컬링을 하는 선수로서 이번 대회에 얻은 관심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서순석은 이같은 팬들의 관심과 성원에 크게 감동했다. 그는 "마음이 벅찼다. 경기에 들어갈 때마다 '오늘도 관중이 많구나' 했다. (정승원) 형님한테 '마음이 뜨거워' 그랬는데, 그런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감정에 북받치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치르면서 느낀 것에 대한 질문에 서순석은 "좀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마음이었다. 한번더 (경기) 동영상을 볼 걸 하는 생각이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했다.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그때는 꼭 메달 따겠다고...그런 마음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내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눈물을 흘린 그는 "여기까지만 할게요"하고 취재구역을 지나갔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선수 다섯명 모두 성이 달라 '오성 어벤져스' '오벤져스'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오벤져스'는 최선을 다했다. 캐나다 팀 최고령 마리 라이트(58)는 경기 후 "한국 팀은 우리를 긴장시켰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우리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한국 팀은 정말 강했다. 그들의 선전에 경의를 표한다"고 칭찬했다. 비록 메달은 얻지 못했지만 2010년 이후 8년만에 패럴림픽 준결승전에 오르고 컬링 선진국들을 긴장시킨 '오벤져스'의 도전은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