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이 문화예술계를 집어삼켰다. 매일 새로운 폭로가 쏟아지고 있다. 실명을 내걸고 추악한 진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에게도 격려가 이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최근 한 포털 사이트 기사 댓글에 오모씨로 지칭된 배우가 거론됐다. 1990년대,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였다. 오모씨로 지칭됐지만 사실상 정체를 특정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신상이 구체적으로 올라왔다. 온라인은 순식간에 오모씨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찼다. 오모씨의 소속사는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았고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와 작품을 함께한 이들도 "이게 정말 사실이냐"만 서로 묻고 있다. 실명을 밝힌 것이 아니라 익명성 댓글로 폭로했기에 사건의 진위 여부는 밝혀지기가 어렵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자 사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추측만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모씨는 가해자일 수도 있지만, 이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미투 운동이 시작된 미국 등 국가에서는 캠페인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번 수상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허핑턴포스트 프랑스와 인터뷰를 통해 미투 운동을 마녀사냥이라고 칭했다. 그는 "미투 운동은 남성 혐오로 가득 차 있다. 마녀사냥이다. 이 새로운 청교도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깊은 인식을 할 수 없게 만든다"면서 "어떤 형태의 성폭력도 처벌돼야 마땅하지만, 나는 증인이 없는 역겨운 히스테리와 비난을 우리에게서 발견한다. 증거가 없음에도 사람들의 삶을 파괴한다. 언론에 의해 살해되고 삶과 직업은 망가진다"고 밝혔다. '테이큰' 시리즈로 한국 영화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도 한 토크쇼에 출연해 "미투 운동은 건전한 일이다"면서도 "마녀사냥이 우려된다"는 생각을 전했다.
원로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를 비롯해 작가·학자·예술가 등 프랑스 문화계 여성 100명은 일간지 르몽드에 '성(性)의 자유에 필수 불가결한 유혹할 자유를 변호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폭력은 범죄지만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누군가의 무릎을 만졌다거나 도둑 키스를 했다는 이유로 평생 일해 온 직장에서 쫓아내는 것은 마녀사냥이다'며 '남성들에게 증오를 표출하는 일부 페미니스트들을 배격한다. 이는 사회에 전체주의의 기운을 심어 줄 뿐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