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토.토.가3' H.O.T. 특집 1·2부에서는 17년만에 완전체로 뭉친 H.O.T. 멤버들의 모습이 전해졌다. 멤버들과 팬들의 오랜 염원이 드디어 풀리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들이 모인 장소는 22년 전 H.O.T.가 데뷔한 여의도 공개홀이었다. H.O.T.는 1996년 9월 7일 '토토즐(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을 통해 데뷔했다. 강타를 시작으로 토니·이재원·문희준·장우혁까지 현장에 모이면서 17년만에 완전체 재결합이 성사됐다.
'토.토.가' 시작 당시부터 H.O.T.는 섭외 1순위, 아니 0순위였다. 2015년 10월 '무도' 제작진은 H.O.T. 리더 문희준을 만났고 문희준은 재결합 이야기에 조심스러워 했다. 제작진은 문희준 뿐만 아니라 그해 11월25일 장우혁을 만났고, 12월3일 나머지 세 멤버도 추가로 만났다. 하지만 재결합은 번번이 무산됐다.
그리고 2018년. '무도' 제작진과 다시 만난 멤버들은 재결합을 앞둔 속내를 솔직히 털어놨다.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결정적 이유는 바로 팬이었다.
장우혁은 "굉장히 고민이 많다. 오락가락 한다. 너무 크게 생각하고 너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토니는 재결합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토니는 "마지막 인생의 목표를 꼽는다면 저는 다섯명이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이다. 어느 무대든 어떤 상황이든 꼭 한번은 서고 싶다"고 진심을 표했다.
제작진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본인의 생각과 팬들만 생각하고 재결합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내일 첫 데뷔 장소로 모여 달라"고 부탁했다. 다섯 멤버는 서로에게 연락도 하지 않은 채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하나로 뭉쳤다.
기다린 것은 팬만이 아니었다. 따로 또 같이 만나 온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H.O.T.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남달랐다. 멤버들은 긴장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고 녹화 당일까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먹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그간 전하고 싶었지만 전할 수 없었던 H.O.T. 멤버들의 이야기를 모두가 함께 모인 자리에서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고, '토.토.가3' 무대에 서기 위한 미션의 일환으로 깜짝 완전체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해맑은 입담을 뽐내면서도 춤 앞에서 만큼은 눈빛부터 달라지는 문희준, H.O.T. 활동 당시 의상과 대본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는 장우혁, 시종일관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을 흘린 토니, 긴장한 탓에 물을 너무 많이 마셔 화장실 찬스를 쓴 강타, 그리고 17년만에 예능감을 터뜨리며 재발견 된 막내 이재원까지 우리가 기다리고 또 기다린 H.O.T. 완전체였다.
이들은 누구도 쉽게 꺼내기 힘들 해체에 관한 이야기도 언급했다. H.O.T.는 2001년 2월 27일 콘서트에서 팬들에게 "해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한달 뒤 오해를 풀지 못한 채 해체했다. 이후 문희준, 강타는 솔로로,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은 JTL로 각자 활동을 펼쳤다.
강타는 "그 콘서트가 마지막 콘서트가 될 줄은 우리도 몰랐다"며 "우리가 많이 어렸던 것 같다. 무언가 다섯 명이 힘을 합쳐 이끌어 가기에는 어렸고 감당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약속을 본의 아니게 못 지키게 됐다"고 미안함을 표했다.
토니는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우리가 팀의 1세대다 보니까 가르쳐 줄 선배님도 없었고, 누군가를 찾아가서 조언을 얻을 수도 없었다. 그냥 우리가 삼킬 수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위 아 더 퓨처', '전사의 후예', '캔디' 그리고 '빛'까지 노래방 미션으로 짧게나마 엿 볼 수 있었던 H.O.T. 무대는 안무의 부조화, 노래 소리보다 큰 숨소리 속에서도 H.O.T.만의 색깔과 분위기를 확연히 드러냈다. 가히 전설의 귀환이다.
17년의 애틋한 기다림은 '17만 명 신청'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증명했다. H.O.T. 멤버들과 '무한도전' 팀은 과거 사서함의 추억을 되살리는 일환으로 팬들에게 전화를 걸어 '토.토.가3' 무대 신청 합격 소식을 전했다.
오빠들만 바라보며 오빠들의 이름을 외쳤던 팬들은 17년이라는 세월 동안 선생님이 됐고, 두 아이의 엄마가 돼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라는 호칭은 자연스러웠고, 기쁜 마음에 소리만 지르는 등 17년 전 소녀의 모습을 그대로 내비쳤다.
추억의 힘은 강했다. 어색한 순간도 잠시, 멤버들도 팬들도 17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강렬한 유대감을 형성했다. 그 중심에는 3년간 만남을 추진한 '무한도전' 제작진이 있었다. 팬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장소 교체까지 이뤄낸 '무한도전'과 H.O.T.의 만남이 평생 잊지못할 또 하나의 추억을 완성해 냈다.
한편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진행된 H.O.T. '토.토.가3' 무대는 24일 10시40분 부터 3·4부 방송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